인하대 사망사건 "죄질 불량 자수도 아냐" 교수들 "응당 처벌"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가 사건 현장에 휴대전화를 두고 간 것에 대해 전문가는 “자수한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하대 여대생 성폭행 및 추락사 가해자 (사진=연합뉴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1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추락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놓고 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재현 박사는 “가해자는 사실 자수한 게 아니다. 경찰이 (현장에) 휴대전화가 있으니 확인 전화를 했고 A씨가 받은 것이고 그 때서야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이라며 “가해자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닌 경찰이 연락을 먼저 했다”고 짚었다.

경찰은 범행현장 건물에서 A씨 휴대전화를 발견, 탐문수사 등을 통해 자택으로 찾아갔고, A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승 박사는 이어 “피해자의 여러 가지 옷가지를 피해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두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증거인멸”이라며 “물론 자기 범죄의 증거인멸은 처벌하진 않으나 범행 후 정황이며 이 역시 양형 사유에 판단될 수 있다. 분명 가중되는 양형 참작 사유”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한 행인이 건물 밖 1층 노상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발견해 신고해 알려졌으며 경찰은 지난 17일 A씨에 대해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가해자는 현재 ‘고의’로 피해자를 추락시킨 것은 아니라고 피력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핑계를 대는 거다. 꽃다운 대학교 1학년 여성을 무참하게 성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음에도 거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 굉장히 죄질이 안 좋다”고 꾸짖었다.

전문가는 가해자의 신상이 일파만파 퍼진 데 대해선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란 걸 알려주는 거니까 비난의 목적은 없지만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국가기관이 판단할 때까지는 자중해야 한다. 강간살인으로 혐의가 바뀌면 신상공개 대상이 되니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인하대 (사진=뉴시스)

인하대 여대생 사망사건에 국민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인하대 교수회는 입장문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캠퍼스에서 발생했다는 것에 무한한 책임과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번 일은 학교의 책임이 너무 크다. 몇 년 새 연이어 발생한 대학 내 안전문제는 결코 오늘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며 개탄했다.

이들은 “캠퍼스의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오직 경비절감을 위해 현재의 교내 안전과 보안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대학의 안전관리는 거의 부실한 상황”이라며 “대학본부는 말뿐인 애도가 아닌 더욱 책임 있고 반성하는 태도로 임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채 못다 핀 제자를 보내선 안 될 곳으로 보내게 되었다”며 “ 우리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며 사건의 진상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포함하여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