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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욱(82·사진 왼쪽)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백골부대의 소대장을 맡았다. 인민군과 국군이 한 데 얽혀 육탄전을 벌이고,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어 붙이는 상황에서 부하와 동료들은 하나둘씩 산화해갔다. 중대원의 3분의 2를 잃기도 했다. 그는 “군인들은 슬퍼할 새 없이 서로를 기계적으로 죽이고 죽었다”며 “죄 없는 민간인도 셀 수 없이 죽어갔다. 전쟁은 우리의 부모, 형제, 자식, 배우자를 앗아갔다”고 말했다.
엄정순(83·오른쪽) 할머니는 ‘전쟁은 살인마’라고 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국군이 압록강과 두만강 인근에 주둔할 때 우리 군의 통신병으로 참전했다. 밤낮없이 모스신호기와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인민군과 국군이 죽고 죽이는 전쟁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6.25 참전군인 중 생존자는 17만 7500여명. 엄 할머니는 “10년 뒤면 대부분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며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때 남과 북이 갈등과 위협을 멈추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잊혀져서는 안 될 전쟁이 잊혀지는 현실에 참전용사들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