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정민 진짬뽕CF 두달만에 멘트 바꾼 까닭

10월부터 방영된 오뚜기 진짬뽕 CF 12월 중순부터 멘트 일부 변경
원안은 신천희 시인 '술타령'에서 모티브 따 위트있게 광고로 표현
패션업계에서는 부적절한 광고라고 반발. 불매운동까지 거론돼
양측 두 차례 만나 멘트 수정에 합의하고 좋게 마무리
  • 등록 2016-12-19 오전 5:00:00

    수정 2016-12-19 오후 2:02:15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사업 영역이 다른 식품업계와 패션업계가 때아닌 신경전을 벌였다. 오뚜기(007310)의 히트상품 ‘진짬뽕’ 방송광고를 놓고서다.

사연은 이렇다. 오뚜기는 가을·겨울 시즌에 돌입하는 지난 10월부터 전속모델 황정민이 출연하는 30초 분량의 CF를 방영했다. 진짬뽕 CF는 추운 계절 따끈한 라면 한그릇으로 추위를 녹이자는 내용인데 문제는 황정민의 멘트였다.

황정민은 CF가 시작되면서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진짬뽕 사먹지”라고 자막과 함께 육성 멘트를 한다. 이는 신천희 시인의 ‘술타령’에서 모티브를 딴 내용이다. 신 시인은 술타령에서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라고 했다.

광고업계의 한 카피라이터는 “원래 있던 시를 적절하게 잘 응용한 것 같다”며 “라면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얻는 소시민의 마음을 잘 건드린 광고 카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월부터 12월 초까지 방영된 오뚜기 진짬뽕 광고(사진=광고 갈무리)
△오뚜기가 패션협회의 요구를 수용해 수정한 진짬뽕 광고(사진=광고 갈무리)
하지만 이 멘트에 패션업계가 발끈했다. 자사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특정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광고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었다. 겨울철은 패션업계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기다. 국내 패션산업이 오랜 불황 속에 반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다.

패션업계는 협회차원에서 오뚜기 진짬뽕 불매운동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소속한 회원사에서 진짬뽕 광고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며 “오뚜기 관계자와 두 차례 만나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한국패션협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9일부터 진짬뽕 CF 멘트를 일부 수정했다. 바뀐 내용은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그래도 난 진짬뽕 사먹지”다. ‘옷 사 입나’가 삭제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고 판단해 광고 카피를 바꿨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와 패션업계가 진짬뽕 CF를 놓고 벌인 갈등은 최근 내수시장의 불황과 소비 위축,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장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주머니가 가벼우면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입을 거리와 먹을 거리를 놓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할 수 있다.

패션업계와 식품업계는 언뜻 보면 경쟁관계가 아니지만 달리 보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겨울철은 두 업종 모두에 중요한 시기다. 라면과 옷은 추운 계절에 특히 잘 팔리는 특성이 있다.

또한 의류업체 나이키가 게임업체 닌텐도를 경쟁사로 지목했듯이 업종 간 장벽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시기로 들어선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업종 간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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