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5억5천만→20억? 김환기 '남동풍' 불까

새 대표 내정 분위기 바꾼 케이옥션 '3월 경매'
상승세 김환기 반추상 5점 등 21억어치 8점
5년만 경매나온 '남동풍' 비롯 4년만 '달' 등
47억 작가최고가 경신 이중섭 양면화도 눈길
쿠사마·김창열·권진규 등…충219점 130억원
  • 등록 2018-03-19 오전 12:12:01

    수정 2018-03-19 오전 11:07:49

김환기의 ‘매화와 달과 백자’(1950s).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서 추정가 5억 5000만∼12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김환기의 반추상 상승세를 반영하듯 이번 경매에는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그의 반추상화 다섯 점이 한꺼번에 나선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발이 닿은 곳은 프랑스, 하지만 마음은 고국을 떠돈다. 1956∼1959년 4년 남짓한 파리시대, 그 시절을 장식한 건 한국의 해와 달, 구름과 산, 땅과 나무, 항아리였으니. 다만 예전 모습은 아니었다. 극도로 농축하고 양식화한 형태, 이질적이지 않은 배치를 관건으로 삼았다. 색과 점만 남긴 추상화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할까.

전면점화의 위엄에 가려 한동안 잊혔던 수화 김환기(1913∼1974)의 반추상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2800만홍콩달러(약 39억원)에 낙찰된 ‘모닝스타’(1964)의 성과는 단면에 불과했다. 산·달·구름·나무·해 등을 절제해서 배열한 ‘모닝스타’는 전면점화를 제외한 김환기의 작품 중 최고가에 팔리며 현재 ‘국내 미술품 경매최고가’에 9위에 랭크돼 있다.

한때려니 했던 생각은 이내 수정이 필요하게 됐다. 해가 바뀌어도 김환기의 반추상에 대한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이다. 1950년대 중후반 파리시대를 점령하고 1960년대 뉴욕시대로 이행한 반추상화가 케이옥션 ‘3월 경매’에 한무더기 나선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할 경매에는 ‘매화와 달과 백자’(1950s), ‘남동풍 24-Ⅷ-65’(1965), ‘달’(1967), ‘산’(1964), ‘18-Ⅰ-68Ⅳ’(1968) 등 다섯 점이 뜬다. 여기에 ‘무제’(1967), ‘새’(1959), ‘무제’(1970) 등 드로잉·과슈작품 3점을 보태, 김환기 작품으로만 8점이 출격대기 중이다. 낮은 추정가로 21억원어치다. 이번 경매에 총 219점 130억원어치가 출품한다는 점에 비출 때 역시 만만치 않은 비중이다.

김환기의 ‘달’(1967). 2014년 4월 경매서 3억 500만원에 낙찰됐던 작품이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서 추정가 4억∼6억원에 다시 나왔다(사진=케이옥션).


사실 최근 새 대표를 내정하고 새판짜기에 나선 케이옥션으로서도 승부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케이옥션은 지난해 4월 김환기의 전면점화 ‘고요(Tranquillity) 5-Ⅳ-73 #310’(1973)을 65억 5000만원에 낙찰시킨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고요’는 한국 미술품 경매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환기불패’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1년여 간 히트작 발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여기에 대표교체란 변수까지 안게 됐다. 신임대표로 내정한 신미남(57) 전 두산 퓨얼셀BU 사장은 국내 30대그룹에서 유일한 여성전문경영인이다. 하지만 공학전문가로 20여년을 몸담았던 산업기술부문이 아닌 예술계로의 첫 외도란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한때 전재국 컬렉션 ‘남동풍’ 5년만 나들이

김환기의 출품작 8점 중 가장 비싼 작품은 ‘남동풍 24-Ⅷ-65’다. 추정가 9억∼2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연한 푸른 바탕에 붉은 톤을 아스라이 깔아낸 뒤 상단에는 타원, 하단에는 직사각형을 대치시켜 묘한 균형과 조화를 꾀한 작품이다. 178×127㎝의 대형 캔버스에 시도한 색면분할이 눈에 띈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드물게 물감을 얇게 발라 올라가며 밑의 색채가 비치게 한 점도 독특하다.

김환기의 ‘남동풍 24-Ⅷ-65’(1965). 추정가 9억~20억원을 내걸고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에서 응찰을 기다린다. 2013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진행한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서 5억 5000만원에 팔렸던 작품이다(사진=케이옥션).


부인 김향안 여사가 어느 책에서 ‘남동풍’이라 쓴 이름이 작품명이 됐나 보다. 이름으로 따뜻한 훈기를 더 얹은 셈이다. 하지만 한때는 구중궁궐에 갇혀 아무나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2013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진행한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 이전까진. 당시 여러 출품작 중 한 점이던 ‘남동풍’은 5억 5000만원에 낙찰, 이후 모습을 감췄다가 5년 만에 다시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검은 매화나무 뒤로 푸른 밤하늘과 푸른 달, 그 빛을 받은 백자와 항아리를 절묘하게 배치한 ‘매화와 달과 백자’는 5억 5000만∼12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역시 푸른 색조의 하늘과 달을 띄우고 직사각형의 타일 같은 기둥을 세워 붉고 노랗고 파란 색점으로 완성한 ‘달’은 4억∼6억원에 나선다.

△‘작가최고가 경신’ 이중섭 돌풍 이어갈까

최근 47억원에 팔린 ‘소’(연도미상)로 작가최고가를 경신한 이중섭(1916∼1956)의 돌풍이 이어질지도 관전포인트다. 이번 경매에선 양면화 한 점이 시선을 잡는다. 앞면에는 ‘큰 게와 아이들’(1950s), 뒷면에는 ‘닭과 게’(1950s)를 그렸다. 소 외에 이중섭이 가장 즐기는 소재를 한국전쟁 후 잠시 머물던 제주서 가족과 보낸 그리운 한때에 얹었다. 해학적인 색채와 묘사가 살아있는 작품은 추정가 2억∼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중섭의 양면화 ‘큰 게와 아이들’과 ‘닭과 게’(1950s). 최근 ‘소’를 47억원에 팔아 작가최고가를 경신한 이중섭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서 추정가 2억~5억원에 출품됐다(사진=케이옥션).


‘물방울작가’ 김창열(89)의 초기 물방울도 나섰다. ‘물방울 No.L1’(1977)은 80호(145.5×112.1㎝) 크기의 캔버스를 비교적 균일한 물방울로 온전히 채워냈다. 5억∼6억원에 출품한 작품은 지난 2014년 9월 경매에서 3억 7000만원에 낙찰받은 그림. 시장에선 김창열 작품의 가격추이를 가늠할 잣대로서도 기대하는 눈치다.

좀처럼 경매에 나서지 않는 희귀 조각품도 보인다. 근대 구상조각의 거장인 권진규(1922∼1973)의 ‘여인좌상’(1967)이다. 풍부한 양감의 여인상을 많이 남긴 권진규의 조각은 관능보다 숭고함을 끌어내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여인좌상’은 고독·허무를 뒤집어쓴 한 인간의 고뇌가 깊다. 3000만∼6000만원에 응찰을 기다린다.

권진규의 ‘여인좌상’(1967). 근대 구상조각의 거장이 빚은 테라코타가 추정가 3000만~6000만원을 달고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에 나왔다(사진=케이옥션).


△바이올린 오노레 데라지…국내 첫 고악기 경매도

국내 시장에 단골 외국인 손님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이번 경매에선 최고가다. 호박이 아닌 무한한 망과 점으로 승부를 건다. 161.3×130㎝의 검은 화폭을 노란 점으로 완성한, 연작 ‘인피니티 네츠’(오프레타·2007) 중 한 점이다. 11억 5000만∼15억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고미술품 부문에선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 눈에 꽂힌다. 추사가 스승 옹방강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냈다는 3점이 한꺼번에 나왔다. ‘죽재·화서’(1829), ‘소령은’(연도미상) 등 글씨 2점과 6권을 한 질로 묶은 서책 ‘복초재시집’(연도미상)이다. 2억∼3억원을 걸고 추사의 보물을 알아볼 새 주인을 기다린다.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네츠’(오프레타·2007). 이번에는 호박이 아닌 땡땡이로 승부를 건다. 11억 5000만∼15억원의 가격표를 달고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에 나선다(사진=케이옥션).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특별한 부문의 경매도 이번에 진행할 예정이다. 고악기다. 프랑스의 유명 악기제작자 오노레 데라지(1794∼1883)가 1860년에 만든 바이올린 한 점이 나서는데, 프랑스 비쉬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디바리우스나 아미티에 견줄 명품으로 통하는 오노레 데라지의 바이올린은 크고 깊은 울림의 완숙한 소리를 특징으로 한다. 추정가는 2000만∼6000만원. 케이옥션은 “경매시장의 성장과 외연을 넓히자는 취지”라며 “악기 수요층이 늘고 수준이 높아진 건 물론 세계 10여개의 악기전문경매회사가 운영 중인 만큼 국내서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고악기가 등장한 것은 처음. 지난해에는 자동차 ‘BMW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 등이 서울옥션 경매에 나서 ‘특별한 예술품’ 대우를 받기도 했다.

오노레 데라지가 1860년에 만든 바이올린이 추정가 2000만~6000만원을 내걸고 21일 케이옥션 ‘3월 경매’에 나선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악기가 출품한 건 처음이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