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의 추락…소프트뱅크는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위워크의 위기에는 손정의 회장도 책임 있어"
470억달러 평가한 위워크, 실사에서는 150억달러로 평가
노만, 예상외 빠른 사임했지만 과제 남아있어
수익률 보장하는 비전펀드, 지속적인 수익 어려울 경우 치명타
  • 등록 2019-09-26 오전 3:00:00

    수정 2019-09-26 오전 3:00:00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8월 7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 Work)의 상장이 연기되면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도 위기를 맞았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향후에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과 비전 펀드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향후 부동산업계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됐던 위워크의 사업모델이 ‘빛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전펀드 역시 같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4일(현지시간) 위워크의 위기에는 손 회장 역시 책임이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위워크의 가치를 너무 높게 본 것은 다름 아닌 손 회장 자신이라는 것이다.

비전펀드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위워크에 93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위워크의 기업 가치가 47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이란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막상 상장을 앞두고 실시된 증권사의 기업 실사에서는 위워크의 가치는 150억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 매체는 “2017년 아담 뉴먼과 단시간 이야기한 것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세계 최고 저명한 하이테크 투자가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위워크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받았고 이로 인해 뉴먼도 겸손함을 잃은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위워크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뉴먼은 이날 CEO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내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자신이 보유한 건물에 위워크 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의 친척을 고용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위워크의 기업 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평가되면서 상장을 늦춰달라는 투자자들의 권유에도 뉴먼이 IPO 추진을 강행하자 손 회장 역시 뉴먼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먼은 CEO로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 의결권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오히려 소프트뱅크 등 투자자들이 임명한 이사진들을 해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위워크)의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나를 향한 정밀한 검증에 시선이 몰렸다”며 “CEO직을 내려놓는 것이 회사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예상 외로 뉴먼이 빠르게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위워크가 짊어진 과제는 여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위워크는 15년 장기로 건물을 임대하는 것에 반해 위워크의 임대인들의 평균 임차 기간은 15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고정지출은 발생하는 반면, 위워크의 매출은 항상 불확실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위워크의 현금과 현금 등가물은 약 6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장기 임대계약 지출은 470억달러로 7배에 달한다. 미국 증권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위워크는 올해와 내년 약 90억달러의 지출이 예정돼 있다. 임대료 등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먼은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에 상장을 조건으로 6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받기로 했지만 IPO가 연기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뉴먼의 후임으로는 아티 민슨 최고재무관리자(CFO)와 서배스천 거닝햄 부회장이 공동 CEO를 맡아 위워크를 이끌어가게 됐다. 이들은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즈니스 모델의 재점검을 예고했다. 현재 매출이 1달러 발생할 때마다 손실이 1달러 발생하는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위워크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은 CEO를 교체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워크와 매출이 같고 수익성이 높은 IWG의 사례를 보면 이 경우, 기업가치는 오히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WG의 시가총액은 40억달러이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역시 위워크와 동일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전펀드의 자본 중 약 40%(400억달러)는 우선주 형태로 채권처럼 연 7%의 수익을 약속한다. 수익을 약속해 더 많은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때문에 비전펀드는 수익을 내든, 내지 않든 이론적으로 연간 28억달러를 우선주 소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전펀드는 매년 연 20%의 수익률로 약 120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비전펀드는 2017년 3월 말 투자를 시작한 이래로 연 29%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위워크의 상장 연기는 물론, 상장가보다 27% 떨어진 우버나 마찬가지로 30% 떨어진 슬랙 등의 저조한 실적은 앞으로도 비전펀드가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된 것은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아닌 비전펀드가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버블’이 아니냐는 것이다.

위워크의 상장 연기는 현재 손 회장이 준비하고 있는 1080억달러 규모의 제2의 비전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소프트뱅크 임원들이 최근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임원들은 임금을 담보로 개인대출을 받아 비전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고 있지만 최근 위워크의 상장 연기로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전펀드 출자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프트뱅크 직원들은 1호 펀드에도 약 50억달러의 투자를 했다. 손 회장 역시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비전펀드 2호에 출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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