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오역 자막 보느니 한국어 배울래… 우리말 섬세한 묘사에 '엄지척'

[한글, 新한류 기폭제 부상]②
K콘텐츠 글로벌 위상 높인 주역 '우리말'
디테일한 심리묘사, 현지어 대체 어려워
K콘텐츠 부실한 번역에 시청자 불만
"한국어 배워 제대로 즐기자" 열풍
  • 등록 2022-02-04 오전 5:31:00

    수정 2022-02-04 오전 5:31:00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5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를 기록 중인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연출 이재규, 이하 ‘지우학’)은 K고딩 특유의 문화가 담긴 언어로도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보글보글 끓는 엄마의 된장찌개 소리, 치직거리는 티비 앞 라면 한 그릇 어디든 가 보자 우리’라는 극중 양대수(임재혁 분)의 노래 가사와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 ‘졸’(JOL:‘매우’를 뜻하는 비속어) 등의 단어가 화제가 됐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배우기에 대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낯선 의미를 지닌 단어의 구체적인 뉘앙스를 K콘텐츠에서 익히는 일이 많다. 이는 새로운 K콘텐츠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고 이러한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K콘텐츠와 한국어 배우기가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말과 글이 K콘텐츠 글로벌 비상의 주요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디테일한 감정 묘사와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세종학당 등 한국어 교육기관을 통해 우리말을 배운 외국인들이 새로운 K콘텐츠의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앨런(Allen) 씨는 “‘오징어 게임’ 이후 ‘기생충’과 ‘설국열차’를 한국어로 감상했는데, 자막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느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퀸즈에 거주 중인 50대 남성 롤랜드(Rolland) 씨는 “‘오징어 게임’ 때문에 배운 한국어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자막 없이 봤는데 훨씬 더 긴장감 넘치게 감상했다”며 “K콘텐츠는 어메이징(Amazing) 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자막 오역이 촉발시킨 한국어 배우기 열풍

‘오징어 게임’은 우리말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오역으로 가득 찬 더빙과 자막에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이 “부실한 자막이 시청자들에게 ‘오징어 게임’의 의미를 바꿔 전달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적잖은 시청자들이 “도대체 어떤 언어이기에 영어로 표현이 안 되느냐”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 매거진 에스콰이어는 오역 논란을 짚으면서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뜻밖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 매체는 “2022년까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전념하면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시즌2로 나올 속편을 볼 준비도 될 것”이라며 “한국어라는 벽을 넘으면 엄청나게 많은 명작이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제안은 세계 각지 ‘오징어 게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했고, 자막 없이 한국어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고 인증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20대 여성 신시아(Cynthia) 씨는 “더빙으로 봤을 땐 ‘오징어 게임’ 속 한미녀라는 인물이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한국어로 감상하니 행동이 이해가 됐다”며 “한미녀를 연기한 김주령 배우의 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뮤직)
우리말의 섬세한 묘사, K콘텐츠 완성도로 이어져

우리말이 K콘텐츠 감상에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K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주역인 학생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들 대부분은 해외는 물론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낯선 신인이다. 이들이 작품 속 공포와 좌절, 우정, 가족애 등 다양한 심리묘사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대본의 힘이다. 대사는 물론 어투와 심리, 표정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대본이다. 김 평론가는 “한글 대본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이 분명 있다”며 “영어의 ‘옐로’(Yellow)란 단어가 우리말로는 수십 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처럼, 한글은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를 그 어떤 언어보다 디테일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그 나라의 언어에서는 찾아보지 못한 감정이나 경험을 우리말로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K콘텐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 요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K팝에 담긴 한국어 가사도 주목받고 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인도인 아누부띠 가가티 씨는 ‘소복소복’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노래 중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다는 가사가 있는데, 이 표현을 이해한 외국인들은 한국어가 매우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의성어와 의태어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인기 아이돌그룹의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표현들을 해설해 놓은 ‘돌민정음’이 유행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한글이 디자인적으로 멋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고 소개했다.

김 평론가는 “한글의 우수성에 심취한 외국인들은 충성도 높은 K콘텐츠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K콘텐츠는 물론이고 과거 작품들도 꾸준히 재조명되는 등 K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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