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월급 30%는 집주인 주머니로‥벗을 수 없는 '월세의 굴레'

월세, 전세와 달리 저축 여유 없어
내집마련·전세전환 어려움
주거비부담 유럽보다 큰데
1인당 면적은 겨우 31㎡‥10년 전 영국보다 작아
매입 임대주택 물량 늘리고‥월세상한제 도입해야
  • 등록 2013-10-02 오전 7:00:00

    수정 2013-10-02 오전 9:14:53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전세난이 사회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봄·가을 이사철이 되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그러면 정부는 전세난을 막겠다며 매년 엇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돈을 풀어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 대책의 주류를 이뤘던 것이다.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도 정부 정책의 단골메뉴가 됐다. 집을 많이 사면 그만큼 전세 수요가 줄어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뿐이었다.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49.7%가 월세시장에 남아 있지만 월세 수요를 위한 대책은 거의 전무했다. 최근 8·28 전·월세 대책에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의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다. 월세시대가 점차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월세 세입자들은 좀처럼 ‘월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전에 월세에 살던 세입자들의 73%가 다시 월세·보증부 월세로 거주지를 옮겼다. 보증부 월세에 살던 세입자가 다시 보증부 월세로 옮긴 경우는 78%에 달했다. 내집 마련에 나선 경우는 9.5%에 그쳤다. 10명 중 8명은 월세방을 전전하고 나머지 2명만 자가·전세로 집을 옮겼다.

◇ 준비 안된 월세시대, 짓눌리는 세입자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저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세와 달리 월세는 매달 내는 임대료여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킨다”며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월세 세입자가 전세로 갈아타거나 내집 마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 세입자가 자가 주택(48%)이나 전세(37%)로 옮기는 경우는 85%에 달한다. 전세 세입자만 해도 주거비 부담이 크지 않다 보니 내집 마련에 나설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세 세입자는 다르다. 무엇보다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다. 월세가 보편화돼 있는 유럽국가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의 전셋값은 2010년 대비 51%, 보증부 월셋값은 13.5%, 순수 월셋값은 11% 증가했다. 특히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월셋값도 동반 상승했다. 2006년 평균 28만원 수준이었던 수도권 월셋값은 지난해 42만원으로 뛰었다.

월 평균소득 대비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RIR)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30.5%로 전국 평균(26.4%)을 웃돈다. 저소득층일수록 이 비율이 높다. 저소득층의 평균 RIR이 33.6%인데 이 비율이 고소득층(24.4%)보다 훨씬 높다. 저소득층일수록 임대료 부담이 큰 것이다. 특히 RIR에는 월세만 포함돼 있고 전기세 등 관리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유럽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이 비율이 상당히 낮다. 봉인식 경기개별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논문(‘한국과 유럽연합 국가의 주거수준 비교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24%)·독일(23%)·벨기에(23%)·오스트리아(22%)·영국(18%) 등은 전체 소득의 25% 이하를 주거비로 부담하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는 관리비까지 포함해 RIR를 산정했다.

이들 나라는 공통으로 자가 주택 비율과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 자가 주택 공급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 비율도 늘려 월세 사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준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오스트리아·영국 등은 자가 주택 보유자가 50% 이상인데 공공 임대주택 비율도 17%가 넘는다. 특히 영국과 핀란드의 경우 임차 가구의 절반 이상이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공 임대주택 재고가 5.6%에 그치고, 임차 가구 중 공공 임대주택에 사는 비율도 9%에 불과하다. 봉인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1인당 주거면적도 31㎡로 10년 전 영국의 1인당 주거면적(44㎡)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는 주거 질이 나쁘면서 주거비 부담도 높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매입 임대주택 물량 늘려야”

전문가들은 주택 임대차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주택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공 임대주택도 과거처럼 물량만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저소득 가구’와 같은 낙인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선진국처럼 매입 임대주택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택정책이 전세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전세와 월세 두 부분으로 나누어 주택 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미국·독일 등 웬만한 선진국에서는 월세 상승률을 일정 수준 억제하는 공정 임대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세는 상한을 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월세는 주거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만큼 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미국·독일·프랑스는 모두 임대료 인상 규제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들 나라는 임대료 보조 제도도 함께 시행되고 있어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봉인식 연구위원은 “프랑스·독일·미국 등에서도 과거 외곽지역에 조성했던 임대주택 단지를 헐고 도심 내 기존 주택과 융화되도록 짓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저소득 가구’라는 낙인효과를 없애는 동시에 임대주택이 수요층이 밀집한 도심 내 들어서 슬럼화 우려도 낮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 들어선 공공 임대주택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단지형으로 조성돼 슬럼화 우려도 크다. 그는 “굳이 임대주택을 단지형으로 지어 임대주택이라고 광고할 필요가 없다”며 “도심 내 분양주택 안에 임대주택을 집어넣거나 매입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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