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서류에도 4년간 8억 OK…'사기꾼 놀이터'된 전세대출

서류에만 의존한 허술한 심사 탓에 사기 대출 먹잇감 전락
부실·불법 대출로 손실 발생해도 은행 10%만 책임지는 구조
3년간 55698억원 손실처리, 주금공이 보증해 혈세로 메울판
"국민외 손해보는 사람없어 문제..정부가 정기 점검해야"
  • 등록 2016-05-02 오전 5:30:00

    수정 2016-05-02 오전 9:23:19

지난 1994년 도입된 무주택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대출(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 허술한 심사과정 등을 악용한 대출사기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한 공인중개소의 외부 유리창에 전셋집 매물들을 알리는 부착물들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
[이데일리 이성기·김보영 기자] 지난 2013년 5월 브로커 A씨는 무직인 이모(27)씨와 목욕관리사로 일하던 김모(27·여)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A씨는 가짜 재직증명서·소득세원천징수영수증·전세계약서 등을 만들어 줄 테니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주면 일부를 주겠다며 이들을 꾀었다. A씨의 유혹에 넘어간 이들은 거짓으로 혼인신고까지 한 뒤 B은행에서 전세자금 50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결국 사기 행각이 들통 나 이들은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기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이들에게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과 징역 5개월·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민 주거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1994년 도입한 무주택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 대출(현 버팀목 전제자금대출)이 조직적인 사기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 사기는 가짜 임대인·임차인을 앞세워 위조한 서류로 대출받는 수법이 일반적이다. 최근 서울동부지검은 유사한 수법으로 주택전세자금 대출금을 가로채려 한 혐의(사기)로 브로커 문모(32)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 일당이 2010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챙긴 대출금만 8억원이 넘는다.

대출사기 일당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용직 근로자, 주부, 20~30대 젊은 직장여성들을 현혹해 범죄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전업주부인 이모(65·여)씨는 대출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전과자가 됐다. 이씨는 본인 명의 주택에 대한 허위 전세계약서 작성을 눈감아 주고 수수료로 1300만원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이같은 사기 행각으로 생긴 손실은 결국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전세자금 대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새 5700억 손실, 세금으로 메꿔야

1일 국토교통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집행된 무주택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 대출금 55조 9710억원 가운데 5698억원이 손실처리됐다. 전세자금 대출 재원은 국토부의 국민주택기금(현 주택도시기금)이다. 허공으로 사라진 수천억원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전세자금 대출은 6개 시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보증은 주택금융공사가 맡았다. 손실이 발생해도 대출금의 90%를 주금공이 책임진다. 은행은 10%만 부담하면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이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손실 규모가 적은 탓에 다른 대출에 비해 심사가 허술해질 수 있다. 전세자금 대출 사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주금공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액 중 손실액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1628억원이던 손실액은 이듬해 2010억원에서 지난해 206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서류에만 의존한 대출심사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력부족해 부실·불법대출 차단 어려워”

국토부를 비롯한 은행권은 인력부족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부실·불법대출을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은행들이 사안에 따라 직접 집을 방문하거나 재직증명서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투입되는 인력은 한정돼 있고 허위 임대인·임차인과 대출알선 브로커가 공모해 범행이 이뤄지다 보니 확인을 거치려 노력한다 해도 쉽게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계약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실제 방문조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잘 이행하는지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측에 대출 신청자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인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다 보니 ‘눈 먼 돈’이란 인식으로 인한 책임감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전문의 서원일 변호사는 “대출 사기 등으로 알게 모르게 기금이 새어나가도 손해가는 게 없으니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금공이나 은행에 맡겨둘 게 아니라 제대로 심사를 하는지 정부가 정기적으로 직접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