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에 이어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원로 연극연출가 오태석(78)이 연락을 두절한 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 단원을 통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밤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만난 극단 목화 단원 A씨는 “저희도 오태석 연출과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면서 “(오태석 연출의) 입장 표명이 없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이 이날 예정한 입장 발표를 연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추후 입장 발표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의 성추행 논란은 연극인들이 페이스북에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올린 글로 불거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는 오태석 연출이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자신의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도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오태석 연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아는 연극계 대가’ 등으로 암시했다. 복수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가해자가 오태석 연출이라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를 거부했다. 피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태석 연출과 1대1로 만나 나만 사과를 받는 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오태석 연출이 어른스럽게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을 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서울남산국악당에서 D씨를 만났지만 D씨는 질문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답변을 피했다.
오태석 연출은 현재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현재 연극 ‘템페스트’를 공연 중인 서울남산국악당에도 설날인 지난 16일까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장의 한 관계자는 “오태석 연출이 설날까지는 공연장을 찾았고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한편 오태석 연출이 2008년 서울 소재 민간 극장에서 올리려던 공연도 성추행으로 기획 단계에서 취소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오태석 연출은 기획회의 첫날 극장 기획팀 직원을 성추행해 다음날 사과했다. 그러나 극장 측에서 더 이상 공연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공연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서도 오태석 연출과 극단 목화는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일련의 논란 속에서도 오태석 연출과 극단 목화는 예정된 공연을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21일 ‘템페스트’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오는 28일(현지시간)부터 3월 1일까지 페루 리마축제에서 ‘템페스트’를 개막작으로 공연한다. 오는 3월 15일부터는 신작 ‘모래시계’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선정작’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선보인다. 3월 17일 ‘모래시계’ 공연 종료 후에는 오태석 연출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오태석 연출은 1963년 대학시절 동인제 극단 회로무대를 창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 활동해왔다. 동랑레파토리 극단 연출을 거쳐 1984년 제자들과 함께 극단 목화(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창단해 전통 연희를 기반으로 동서양의 연극적 요소가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작으로는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자전거’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