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후임은 무명(無名)의 오브라이언…'폼페이오 독주체제'

[글로벌pick] 오브라이언 NSC 보좌관 발탁
"볼턴과 달리 트럼프·폼페이오에 순응할 것"
이제 폼페이오의 시대…색깔 드러내며 '차차기 대권행보' 본격화
對北 문제, 김정은·트럼프 '톱다운' 방식 가능성 커져
  • 등록 2019-09-20 오전 12:00:00

    수정 2019-09-20 오전 12:00:0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안승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목받지 못했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등용하면서 외교안보팀을 재편했다.”(워싱턴포스트)

“미국 외교·안보 분야에서 오브라이언은 유명 인사가 아니었다.”(폴리티코)

존 볼턴 전 NSC 보좌관의 후임으로 발탁된 로버트 오브라이언을 두고 미국 언론이 내놓은 평가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으로 앉혔다는 뜻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정치적 성향은 ‘매파’(강경파)로 분류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이라거나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식의 평가를 내놓는다. 팀워크가 좋고 매우 협조적인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 볼턴처럼 고집을 부릴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게다가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던 볼턴의 자리를 ‘폼페이오 사단’이 차지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1인 독주체제’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무명’의 오브라이언, 어떻게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오브라이언 보조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기 시작한 건 인질 석방의 성과 덕분이다. 국무부의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였던 오브라이언은 터키에 억류됐던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 예멘에 인질로 붙잡힌 미국인 엔지니어 등 20여명의 미국인 인질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성과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됐던 미국인을 데려올 때마다 언론 카메라를 불러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만족스러워운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오브라이언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대통령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모든 인질과 억류자들의 귀환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전 세계에 퍼뜨린 의지와 선의를 통해서 미국 국민을 집으로 데려오는 탁월한 성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질 협상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말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말을 옮겨 쓰기도 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반(反) 오바마’ 성향을 보이는 등 정치적 성향도 트럼프 대통령과 잘 맞았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2016년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관한 글을 모은 ‘미국이 잠자는 동안’(While America Slept)이라는 책에서 이란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등을 언급하며 “오바마의 외교 정책하에서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고 혹평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AFP
◇이제 폼페이오의 시대…文정부로선 나쁘지 않은 인선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탁은 미 외교·안보 분야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오브라이언은 국무부 소속으로 ‘폼페이오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다른 ‘폼페이오 사단’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국무부 부장관으로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에 이어 국무부까지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차차기 ‘대권’을 꿈꾸는 폼페이오 입장에선 자신의 입지를 더 확실히 다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통해 이득을 보는 한편, 자신의 또 다른 장점들을 부각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이라는 ‘골칫거리’를 제거한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정책을 비롯한 각종 외교 안보 분야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전직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미첼 라이스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계속 북한 문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이 문제에서 주연을 맡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공을 들이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인선이다는 평가다. 북한이 원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톱-다운’(top-down) 방식의 북핵 협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브라이언 보좌관 임명과 관련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한미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잘 되리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사실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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