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 차단에 나서는 등 갈등 상황이 악화하면서 당분간 환율이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달러화 강세는 길게 가지 못하고 3월 중 우하향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 더 우세하다.
|
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8.50원까지 올라 2020년 6월25일(1208.80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다가 차익실현 매물과 네고(달러 매도) 등에 강보합권인 1202.30원으로 다시 내려와 마감했다.
환율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1200원선과 1190원대 사이를 단기간에 큰 폭 등락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특히 지난 24일엔 하루 만에 8.80원 상승하면서 1200원선에 안착하더니 이날도 고가와 저가 차이가 6.5원 이상 나타나면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장중가 기준 연고점인 1208.50원과 지난 1월 14일 기록한 연저점 1185.60원의 차이는 무려 22.90원 가량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1210원이 고점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3월 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와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나면서 연준 긴축 가속화 우려도 진화된다면 환율도 완만한 하락으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역시 “이날 연고점 부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시장은 러시아가 국제 제재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을지를 탐색하고 있는데 그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현재 같은 상황은 한 달이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질 수 있어 그 이상은 이어질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SWIFT 퇴출 자체만 놓고 보면 유로 약세, 달러 강세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관계 확대로 인한 위안화 상승, 서방국가와 러시아의 협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일방적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기 어렵단 관점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2012년 SWIFT 퇴출 이후 이란 리알은 1년 만에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40%까지 치솟았다. 최근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당시 이란에 비해 훨씬 양호하지만 상황을 길게 끌고 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는 당분간 큰 폭으로 등락할 것이나 달러 강세 제한 등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오버슈팅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크림반도 사태 때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권 통화가 강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이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면전 강도가 훨씬 더 강하고 아시아권 통화 약세 압력이 큰 만큼 불확실성이 쉽게 종료되긴 어렵다”면서 “환율 상단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3월부터는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가세하면서 환율이 급등하진 않겠지만 길게는 3월과 5월 FOMC까지는 상방 압력을 크게 받으면서 1200원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