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 등록 2014-10-20 오전 6:00:00

    수정 2014-10-20 오전 6:00:00

먼저 머리 숙여 국민과 독자들께 사과를 드리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조의를 표한다. 세월호 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공연행사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고,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이 행사의 주관사로서 법적·도의적 책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 꽃다발이 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동시에 이데일리에 대한 따가운 질책의 표시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가 진행되던 도중 일어난 환풍구 붕괴사고는 여지없는 인재(人災)였다. 현장의 안전시설과 진행요원들의 안전관리가 미흡함으로써 무고한 분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사고로 이어졌다. 판교테크노밸리 지역 주민들과 입주사 임직원들이 함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축제 행사가 이렇듯 참변으로 얼룩진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희생자 개개인이 간직한 애틋한 사연들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어느 예비신부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에게 현장 사진을 전송한 직후 사고를 당했으며, 어느 기러기 아빠는 조만간 가족과 함께 살려고 전셋집을 얻어 놓았다가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다. 초등학생 늦둥이를 포함해 3남매를 둔 40대 부부가 함께 변을 당하기도 했다.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질 뿐이다.

여기에 경기과기원 측에서 행사를 담당했던 책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마저 이어졌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진정성은 알아 주셨으면 한다”며 사망 직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 내용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너져 내린 환풍구에 있다. 지하의 탁해진 공기를 바깥으로 순환시키는 환풍구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등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시설안전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그야말로 안전 불감 지대였다. 이번에도 지하 4층 깊이의 지상에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구경하려고 올라서자 철제 덮개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20m 아래로 붕괴돼 버린 것이었다.

현행 건축법규에 환풍구 시설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의식에 소홀한지를 보여준다. 환풍구가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거나 물건을 놓아두기 위한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된 환풍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환풍구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데도 평소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통제시설은 없었다고 한다.

행사 개최에 앞서 진행요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환풍구에 올라가지 말도록 만류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대형 공연장에서 관람객들이 행사 진행요원들의 지시나 안내에 거부감없이 따른다는 것도 이번 사고를 통해 배워야 하는 하나의 교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의 안전의식이다. 나만은 괜찮겠거니 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최대의 위험요소다. 사고는 언제나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불쑥 닥쳐오기 마련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수사본부가 꾸려져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리라 기대한다.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는 행사 주관사로서 응분의 도리를 다하는 한편 언론사 본연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 안전의식 고취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거듭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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