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사태에도 난방비 1조 줄줄 샌다

아파트 400여 가구 15개월 ‘지역난방비 0원’
열량계 관리 소홀 때문..애꿎은 입주민 수천만원 떠안아
“김부선 사태 매년 발생” 시인하면서도 뒷짐진 산업부
난방비 인상·누진제로 다툼 극심 전망..“법령 정비해야”
  • 등록 2016-11-07 오전 5:00:00

    수정 2016-11-07 오전 11:15:43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배우 김부선 씨가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터뜨린 지 2년이 흘렀지만 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조원 넘게 난방비를 걷어 가면서 정부와 사업자는 관리책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는 난방비가 인상되고 누진제까지 여전해 난방비 다툼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6일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난방을 공급 받는 대구 서구 중리동 A아파트의 2000여 가구 중 400여 가구가 난방을 하고도 올해까지 15개월 동안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결과 공동 난방비가 올라 다른 입주민들이 최소 4000만~5000만원 가량의 난방비를 떠안게 됐다.

이는 난방비 ‘0원’이 나왔는데도 열량계(난방계량기)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현행 열량계는 전기요금 계량기(기계식)와 달리 배터리를 넣는 디지털 방식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방전·고장 문제가 발생하고 고의로 배터리를 빼내는 수법으로 조작도 가능하다. 현재는 지역난방공사 등이 난방을 공급하고 유지·관리는 관리사무소나 입주민이 담당하는 실정이어서 A 아파트나 김부선 사태처럼 관리가 소홀하면 수십 개월 동안 애꿎은 입주민이 난방비 부담을 질 수 있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계량측정제도과 관계자는 “2014년 ‘김부선 사태’와 같은 난방계량기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공동주택 난방계량기의 다양한 오작동 및 오차 발생 등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열량기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국 248만5000가구(작년)에 달한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1조9398억원(36개 사업자)으로 1위 사업자인 지역난방공사 매출액만 1조29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이 난방비를 걷어 가면서도 난방비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산하기관인 지역난방공사는 관리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열량기 관리·책임주체가 법에 명시돼 있기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법제처는 산업부의 책임 소재 논란이 일자 “난방계량기는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 계량기”라고 유권해석을 분명히 했다. 앞서 1995년 법제처는 “열 공급업자가 계량기에 대한 검정의무를 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역난방공사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버티고 있고 산업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오히려 산업부는 지역난방공사의 관리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가 ‘중앙집중 난방방식 공동주택에 대한 난방계량기 등의 설치 기준’ 고시를 2012년에 개정한 이후 지역난방공사는 산업부에 매년 ‘난방계량기 고장현황’ 제출할 의무도 없어지게 됐다. 현재는 열량계 고장 실태조사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입주민 대표와 임금을 받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갑을 관계여서 제대로 된 열량계 점검이 힘든 현실”이라며 “택시 요금미터기도 돈을 벌어가는 사업자가 관리책임이 있듯이 지역난방 사업자가 열량기 관리책임과 비용 부담을 지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선 의원은 “산업부가 지역난방공사의 편의만 봐주고 난방비 문제에 대한 고객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며 “난방계량기 책임주체와 관리업무를 법령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역난방 현황. 주로 수도권 신도시 지역이 많고 공무원이 많은 세종시도 지역난방이 도입돼 있다.(출처=한국지역난방공사)
지역난방 열공급 계통도 모습. 신도시에 주로 공급되는 지역난방은 아파트 등 건물에 개별 보일러를 설치하지 않고 도시 외곽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온수)을 이용하는 난방시스템이다. △중앙·개별난방보다 저렴한 난방비 △개별 온도 조절 가능 △대기오염·온실가스 감축 효과 △보일러 유지·보수비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실내 온도 상승이 느리거나 상한선 온도가 제한돼 있는 단점이 있다. (출처=한국지역난방공사)
난방 열량계는 지역난방을 하는 세대의 싱크대 아래 쪽에 주로 설치돼 있다. (출처=SG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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