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백혈병 인과관계 따지지 않고…삼성, 중재안 무조건 수용하겠다

'백혈병 갈등' 11년 만에 마침표
2007년 근로자 사망으로 촉발
시민단체 반올림 '투쟁' 시작
조정위 발족에도 난항 거듭
"이재용, 근본적 해결 의지 반영"
이르면 9월말 최종중재안 발표
보상·재발방지 대책 등 담길 듯
  • 등록 2018-07-23 오전 5:10:00

    수정 2018-07-23 오전 5:10:00

삼성전자가 11년째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대해 오는 9월께 나올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백혈병 논쟁’은 지난 2007년 3월, 기흥 반도체 공장에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됐다. 황씨의 사망 원인이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고, 같은해 11월 결성된 대책위원회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발족으로 이어지며 본격화됐다. 삼성의 자체 보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은 그동안 사과 및 배상, 재발 방지책 수립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으로 삼성이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기로 해, 약 11년을 끌어온 논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삼성전자·반올림 논쟁…중재안 무조건 수용으로 일단락

삼성전자가 2012년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하며 반도체 백혈병 논쟁에 대한 양측의 대화가 첫 물꼬를 텄다. 또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5월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가운데 6명은 2014년 8월 삼성전자 측에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대위 등은 2014년 10월, 조정위에 조정안 위임을 합의하고, 같은 해 12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를 발족했다. 조정위는 8개월 동안의 조정 끝에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2015년 9월부터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는 ‘사회적 부조’ 차원의 보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들은 삼성의 이 조치에 반발하면서 삼성의 자체 보상안을 거부했다. 또 2015년 10월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해 지난 2일 ‘농성 1000일’을 맞았다.

올해 초 조정위는 10년 넘게 논쟁을 끌어온 삼성전자와 반올림 등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내부 검토를 거쳐 이달 18일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양측에 각각 발송했다. 특히 이번 조정안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중재’ 방식으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중재안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수용 입장을 전했고, 반올림도 조정위 제안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11년을 끌어온 논쟁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 장기화 된 백혈병 논쟁 대승적 해결 의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논쟁에 대해 조정위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기로 결정한데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삼성은 객관적인 제 3의 기구인 옴부즈만위원회가 회사의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권고하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또 2015년 7월 조정위 권고안 내용을 대부분 수용해 1000억원을 기금으로 내놓고, 권고안의 보상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보상도 진행해왔다. 여기에 보상금을 지급할 때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도 함께 전달했다.

올해 4월엔 옴부즈만위원회가 반도체 근로자의 작업환경 노출과 암, 백혈병 등 각종 직업병 발병 간 관련성은 찾기 어렵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당시 위원회는 앞으로도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라고 권고했고, 삼성 측은 후속 조치 마련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 원칙을 고수해서는 반도체 백혈병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삼성에 대한 여러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문제부터 최우선적으로 풀겠다고 결심한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결정은 평행선을 달려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끝내기 위해, 이 부회장이 피해자 입장에서 대승적으로 조정위의 제안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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