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우는 여성기업인]제품엔 성별 없는데..여성CEO라고 사업제휴·대출 손사래 쳐요

여성 오너들에게 경영 애로사항 물으니...
열 중 여섯 "여자라서 차별받는다"
제휴>대출>입찰 부당함 겪어
88.5% "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연구비 지원, 입찰 가산점 원해
  • 등록 2018-07-31 오전 5:00:00

    수정 2018-07-31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최근 여성기업인을 옥죄는 가장 큰 정책변화는 단연 최저임금 인상이다. 여성기업인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요식업, 도소매업등은 인건비 비중이 산업군 가운데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 모두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이면서 영세한 규모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여성기업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들 업종에서 여성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를 넘어선다. 이에 비해 주요 산업군인 제조업에서 여성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최근 이데일리와 한국여성벤처협회가 공동으로 여성 기업인(CEO)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확인할수 있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영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정책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성기업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49.2%)을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시간 단축(16.4%), 반기업정서 확산(16.4%) 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여성기업인은 사업분야가 한정적이고 감성적이며 남성 기업인보다 언제나 실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여전하다. 내 자신도 사업을 하면서 남성 기업인들로부터 직접 이런 소리를 들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여성기업인 박 모 대표는 남성기업인에 비해 여성기업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지적하기보다 여성기업인 자체의 태생적 한계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여성기업인 10명 가운데 6명 가량(62.3%)은 여전히 여성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당 2명(18.0%)에 불과했다.

차별을 받는다고 대답한 여성기업인들은 사업제휴(45.2%)를 할때 여성기업인이어서 부당한 차별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여성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와는 사업제휴 자체를 꺼리는 남성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어 금융권 대출(14.3%), 공공기관 입찰(11.9%), 대기업 수주 및 납품(9.5%) 순으로 차별을 많이 겪었다고 응답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은행에 사업자금을 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사업을 계속해서 할 의향이 있느냐”는 성차별적인 질문까지 받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여성기업인들은 여성으로서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네트워킹 부족 문제(29.5%)를 첫손에 꼽았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기업인으로서 사업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킹을 쌓기가 여전히 버거운게 현실이라는 하소연이다.

이어 여성기업인들은 육아 및 가정 병행(26.2%),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23.0%), 접대문화(19.7%) 등의 순으로 애로사항을 열거했다.

남성위주 경영환경에서 여성기업인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기업인은 10명 당 9명(88.5%)에 육박했다. 대다수 여성기업인들이 여성이 사업하기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응답자는 4.9%에 불과했다.

여성기업인들은 “접대문화가 뿌리깊은 한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적 네트워킹 등 여러 면에서 남성기업인에 비해 불리한 게 현실이다”며 “게다가 경영을 하면서 육아등 가정일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기업인에 대한 우대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소라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여성기업인으로서 피부로 느끼는 정부가 시행하는 여성기업인 우대 정책은 거의 없다”며 “여성기업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업환경에서 정부는 지금보다 과감한 여성기업인 지원책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여성기업인 우대정책으로 여성기업인들은 연구개발비 지원(3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여성기업인들은 공공기관 입찰시 가산점 부여 및 확대(27.1%),금융권 대출시 우대금리 적용(22.0%),법인세등 세금감면( 5.1%) 등의 순으로 정부지원 정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기업인에 대한 차별적 경영환경은 여전하지만 그나마 현 정부들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기업인을 차별하는 사회적 환경이 어느정도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절반(55.7%)을 약간 웃돌았다. 반면 거의 변화가 없다(41.0%)거나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3.3%)는 대답도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을 보였다.

여성기업인에 대한 경영환경이 그대로 이거나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기업인들은 그 근거로 여성기업인 자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32.4%)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여성기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24.3%)이 여전하고 여성기업인 우대정책(21.6%)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여성이 직장에서 일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육아문제(32.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여전히 직장맘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워킹 맘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 부족(28.8%)이 뒤를 이었다.요컨대 크게 분류하면 여성으로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직장여성으로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느끼는 응답자가 10명 가운데 6명을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직장 여성의 경우 자녀 출산 수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책을 정부 및 기업에서 도입하는 것도 한 해결책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장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20.3%)와 여성으로서 승진의 한계를 느끼는 유리천장(15.3%)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자녀 가운데 경영자적 자질이 비슷한 아들과 딸이 있을 경우 아들 대신 딸에게 경영을 물려주겠다는 응답자가 10명 가운데 7명(67.2%) 가까이를 차지했다. 갈수록 여성차별이 사라지는 추세인 상황에서 여성기업인으로서 아들보다는 딸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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