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집값 하락→ 소비침체 악순환 … '잃어버린 20년' 오나

제조업 불황인 울산·경북 등 집값 폭락
정부 잇단 규제에 서울도 하락 조짐
증시, 연고점 대비 28%↓… 시총 255조 줄어
"국내 경제 체력 약해 충격 더 클 수 있어"
  • 등록 2018-10-29 오전 4:30:00

    수정 2018-10-29 오전 7:21:50

[이데일리 권소현 경계영 이슬기 기자] ‘공포에 질린 주식시장’, ‘호가 1억원 낮춘 급매물 등장’.

직접 투자든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든 국민 대부분이 발을 걸치고 있는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국내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시장도 지방을 중심으로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자산 디플레이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용 부진과 투자 감소, 소비 위축 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자산 가격 하락으로 더 크게 휘청일 수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검은 증시·불 꺼진 지방 부동산…자산 디플레 우려 ‘솔솔’

자산 디플레이션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거래가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담보로 대출해준 은행은 부실채권이 늘면서 금융권 전반에 신용경색이 발생한다. 또 증시 하락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역(逆) 자산효과로 소비가 줄면서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국내 자산 가격 하락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6일 전일 대비 36.15포인트(1.75%) 하락한 2027.15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1월 2일 2026.16을 기록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28% 빠져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코스닥 역시 663.07까지 떨어져 전고점 대비 39.8% 하락했다.

증시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거래량은 일평균 4억619만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 줄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빠졌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은 나오겠지만 큰 틀에서는 추세가 꺾였다”며 “이미 주식을 손절매할 수 있는 수준은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비롯해 일부 수도권 집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파른 속도로 오르다 최근 9·13 대책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방 주택시장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냉기가 돌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올 들어 이달 넷째 주까지 3.08% 하락했다. 2016년부터 벌써 3년째 내리막길이다. 특히 조선·중공업 침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울산은 올 한해에만 9.05% 떨어졌고 경남도 8.82% 내렸다. 역대급 초강력 규제로 꼽히는 9·13 대책으로 서울 집값도 7주째 상승폭이 줄어 보합 국면을 보이고 있다. 서울 집값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거래도 뜸하다.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4만316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줄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상당히 하방경직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집값 상승세 둔화가 자산 디플레이션에 강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국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자산 가격 하락 영향은 부동산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 순자산 중 75%가 부동산이었다.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 타격 우려

이같은 자산 디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은 7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했고 유럽과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까지 낮췄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이 시중에 흘러들면서 오른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통화 긴축 시기가 되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 시기가 얼추 도래한데다 최근 경기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1.0%에서 2분기 0.6%를 기록한 후 두 분기째 0%대를 이어간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 가격 하락은 특히 내수 경기를 떠받치는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다. 이미 3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는데 그쳐 1분기 3.5%, 2분기 2.8%에서 점점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도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3분기 설비 투자는 전년비 7.7% 줄었다. 2013년 1분기 이후 5년 6개월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부동산시장과 직결된 건설 투자는 더 얼어붙었다. 올해 3분기 건설 투자가 전년 대비 6.4% 감소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데 한몫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성장률을 희생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렇게 경제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급하게 떨어지면 경기 침체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가나 집값이나 10% 빠져도 경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버블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5%만 빠져도 소비가 위축되거나 금융기관이 흔들리면 버블로 봐야 한다”며 “자산 가격 하락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락에 따른 연쇄적 경제 충격을 버텨낼 수 있는 내성이 더 중요한데 지금 우리 경제 체력은 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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