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경찰서는 어떻게 보이스피싱 '체포왕'이 됐나?

작년 9월 전담팀 출범 후 40명 검거 23명 구속, 검거율 2배↑
지능팀에 인원 충원해 오롯이 보이스피싱 집중 대응
벤치마킹 확산 용산·마포· 영등포· 서초서도 전담팀 신설
  • 등록 2018-02-07 오전 5:00:00

    수정 2018-02-07 오전 8:46:39

서울 동작경찰서 <사진=동작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3시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A(25·여)씨는 현금 300만원을 들고 금융감독원 직원 B(23·여)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중앙지검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A씨는 검사로부터 “C은행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1100만원 중 300만원을 찾아 금감원 직원 B씨에게 맡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B씨는 금감원 직원이 아닌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었다. 서울 동작경찰서 보이스피싱 전담팀은 사전에 주변에 잠복해 있다 B씨를 붙잡았다.

동작경찰서가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앞세워 잇따라 범인 검거에 성공하자 경찰은 날로 늘어나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동작서 모델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동작서 외에 마포·서초·영등포·용산 등 다른 4개 경찰서에 전담팀(TFT) 구성을 지시했다. 마포서 등은 상대적으로 다른 서에 비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아울러 서울청 내에도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을 신설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이 서울에서만 지난해 7774건(피해액 937억원)이 발생해 전년대비(5594건·피해액 560억원) 39% 증가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4개 서에 추가로 전담팀을 설치하고 청내에도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동석 동작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해부터 서에서 운영한 보이스피싱 전담팀 실적이 좋아 서울지방경찰청에 보고했다”며 “이달부터 동작을 포함해 용산·마포·영등포·서초까지 5개 경찰서로 전담팀을 확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동작경찰서 보이스피싱 전담팀은 최종상(사진) 경찰서장의 부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최 서장은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데 보이스피싱이 유독 급증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기존 수사과 지능팀의 인력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능팀이 선거법, 상표법, 약사법 위반 범죄 등 다른 경제사범을 함께 처리해야 해 사건 처리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어서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히 전화 통화와 계좌이체 만으로 이뤄지다가 대범하게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을 사칭하면서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챙기는 ‘대면편취형’등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회초년생 20~30대의 경우 검찰청·경찰청·금감원 등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81.9%를 차지했다. 이는 10만원이면 구입 가능했던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과 홍보가 강화돼 대포통장 구입비용이 10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9월25일 팀장 포함 5명으로 전담팀을 출범했다. 기존 수사과 지능팀에 수사과 다른 직원들까지 추가로 투입해 오롯이 보이스피싱만 대처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전담팀 출범 후 성과는 뚜렷했다. 전담팀 이후 현재까지 동작경찰서는 B씨 등 보이스피싱 사기범 피의자 40명을 검거해 이 중 23명을 구속했다. 신동석 수사과장은 “전담팀 출범 이후 검거 실적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종상 서장은 “보이스피싱은 공공기관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범죄다. 경찰서에 오라고 하면 ‘니가 경찰이면 내가 검찰이다’이라는 식의 반응을 만들어 수사 자체를 어렵게 한다”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경우 대출로 빚까지 지게 한다. 다른 사기보다 더 악질”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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