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게임 1세대 창업자 김정주는 왜 넥슨을 내놨나

지주사 NXC 지분 매각 추진..고위 임원급들만 인지
게임산업 미래 없다고 판단..수년전부터 흥미 잃어
모바일 시장 진입 '실기(失期)'로 경쟁력 약화
10조 육박 가격 탓 인수기업 찾기 쉽지 않아.."텐센트도 가능성 낮아"
  • 등록 2019-01-04 오전 5:00:00

    수정 2019-01-04 오후 2:45:59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더이상 게임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몇년 전부터 스토케나 레고 거래사이트 등에 손을 댄 것을 보면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됐다. 손해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진 3일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넥슨 코리아 지주사인 NXC 지분 전량인 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 지분 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 지분 1.72% 등 총 98.64%의 지분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추진은 고위급 임원 일부만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도 처음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동요했지만 점차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9월에도 월트디즈니의 넥슨 인수설이 한 차례 도는 등 매각소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더욱이 김 대표는 혼자 결정을 내리는 경영스타일을 나타내 이번 결정에 대한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추후 인수주체에 따라 넥슨코리아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은 하던 업무를 지속했다”며 “일반 직원들에게도 매각추진 사실이 알려진 만큼 이곳 저곳에서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높은 규제장벽으로 게임산업 흥미 잃어

김 대표가 NXC 지분을 모두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높은 규제장벽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제한 등이 이어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등 게임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넥슨은 지난 2017년 업계 1위(매출기준) 자리를 넷마블에 내줬을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때를 놓쳐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NXC는 이에 대해 “김 대표가 평소 규제 피로감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문경영인인 박지원 전 넥슨코리아 대표를 선임한 것도 이미 넥슨 경영에 손을 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김 대표는 NXC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서 많은 시간을 머물렀고 틈만 나면 해외에서 신기술과 미래기술을 탐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관심사는 워낙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NXC가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부터 노르웨이 유모차 회사인 스토케,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비트스탬프, 애완동물 사료회사 아그라스 델릭을 인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가 최근 몇년간 블록체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만큼 넥슨 매각 이후 블록체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NXC 지분 가치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넥슨그룹은 ‘김 대표→NXC→넥슨 일본법인→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상장사인 넥슨 일본법인의 시가총액 대비 NXC 지분 규모가 6조원 이상인데다 스토케와 비트스탬프 등의 가치를 더하면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매각가격 10조 육박…분리매각 가능성 유력

매각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인수주체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일단 넥슨의 주요 매출원은 장수 게임인 메이플 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 2개 게임인데, 자체 개발작이라기보다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한 경우여서 개발사로서의 능력보다는 적기에 M&A를 잘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체 개발작 중에서는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이 그나마 히트작으로 꼽히고, 모바일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게임 대기업 중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엔씨소프트(036570)는 리니지와 아이온 등 직접 개발한 히트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어 개발사로서의 자부심이 큰데다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넷마블(251270)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으며 개발사를 인수한다하더라도 소규모 스튜디오 정도에 관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텐센트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사 지분 투자에 열을 올렸지만 중국 게임사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8월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당시 블루홀) 지분 8.5%를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텐센트는 이미 넥슨의 파트너사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퍼블리싱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직접 텐센트에 인수를 타진했으나 결렬됐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업부문별로 나뉘어 매각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관심사가 너무 다양해 이를 모두 만족할 인수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게임사업과 비게임사업을 나눠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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