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위에 '갓승우'..등골오싹 피튀기는 복수극

[리뷰]뮤지컬 '스위니토드'
산업혁명으로 혼란스러운 런던 배경
서민들 불안· 광기· 살인 소재로 풀어
'명불허전' 조승우의 호연, 존재감 甲
  • 등록 2019-11-05 오전 12:30:01

    수정 2019-11-05 오전 12:30:01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모습(사진=오디컴퍼니)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창백한 얼굴의 한 남자. 시퍼런 칼날을 쳐들면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네. 뭐였을까. 그의 정체.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커튼이 올라가면 주인공 스위니 토드와 앙상블이 첫 넘버(삽입곡)인 ‘더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The Ballad of Sweeney Todd)’를 비장한 목소리로 부른다. 앙상블이 마지막 노랫말인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를 나즈막히 읊조리면 객석의 긴장감은 수직 상승한다. 앙상블이 흩어지고 무대 위엔 뭔가에 잔뜩 화가 난 남자(스위니 토드)가 남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본명은 벤자민 바커. 이발사인 그는 아내 루시, 어린 딸 조안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지만, 아내를 탐했던 터핀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쓴 채 추방당했던 인물이다. 모든 걸 잃은 그는 젊은 선원 안소니의 도움을 받아 15년 만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다. 복수를 위해 ‘스위니 토드’로 개명한 그는 파이 가게를 운영하는 러빗 부인으로부터 조안나가 터핀 판사의 수양딸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이발소를 개업해 그를 기다린다.

어느 날 스위니 토드의 솜씨가 좋다는 소문을 들은 터핀 판사가 이발소를 찾는다. 15년을 기다렸던 복수의 기회. 하지만 느닷없이 이발소를 방문한 안소니로 인해 허망하게 복수의 기회를 날리고 만다. 이 일을 계기로 스위니 토드의 광기 어린 복수심은 인간 전체를 향하게 돼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조력자 역할을 했던 러빗 부인은 그가 죽인 사람들의 고기로 ‘인육 파이’를 만들어 판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던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산업혁명으로 혼란스러웠던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지만, 일부 귀족들에게 부(富)가 집중되면서 서민이 느꼈던 불안감과 공포감을 부패, 광기, 살인, 복수 등의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대 위 녹슨 철제 계단으로 이뤄진 4층 높이의 낡은 건물은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듯 어둡고 스산하다.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괴하다는 느낌을 준다. 스위니 토드의 날카로운 면도칼에 쉴 새 없이 피가 튀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재치있는 유머 코드를 절묘하게 삽입하면서 자칫 너무 무거울 수 있는 부조리극의 공기를 환기해주고 있다.

이름값 있는 스타 배우들의 호연이 압권이다. 스위니 토드 역의 조승우는 무대 위에서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정확한 딕션으로 대사와 가사가 중요한 손드하임 작품에 걸 맞는 연기력을 뽐냈다. 러빗 부인 역의 옥주현은 걸쭉한 입담을 여유있게 소화하는 등 유쾌하게 망가졌다. 이밖에 홍광호, 박은태(이상 스위니 토드), 김지현, 린아(이상 러빗 부인), 김도형, 서영주(이상 터핀 판사), 신주협, 신재범(이상 토비아스) 등 연기와 가창력을 갖춘 배우들이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독특하고 혁신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손드하임의 계산된 불협화음은 극의 긴장도를 높여주고 인물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평론가들에게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손드하임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깊이 빠져들 만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공허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화, 드라마 등이 넘쳐나면서 ‘잔혹스릴러’를 표방한 뮤지컬 ‘스위니토드’만의 매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반감된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스타 캐스팅 없이 작품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 지도 미지수다. 2020년 1월 27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6만~15만원.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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