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재기 현상'에 텅텅 빈 마트…1997년 한국의 모습이 보인다

  • 등록 2020-03-19 오전 12:05:00

    수정 2020-03-19 오전 1:22:15

호주 대형마트 콜스 내부. 사재기 열풍으로 생필품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호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자국민 출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호주주인들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 불안감이 커지면서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호주 정부는 여행경보를 총 4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1단계는 일반적인 주의를 필요로 하는 수준이고, 2단계는 고도의 경계,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는 여행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5일 2단계 여행 경보를 발효한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단계로 격상한 것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면서 “해외여행을 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리슨 총리는 “학교나 대중교통, 슈퍼마켓 등을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100명 이상의 실내 모임을 금지한다”고도 했다.

특히 모리슨 총리는 현재 생필품 사재기에 대해 “당장 중단하라”면서 “이번 위기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대응 모습 중 가장 실망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사진=AFPBNews)
호주는 이날 오전 기준 456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전국을 휩쓸며 대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화장지, 쌀, 파스타, 손 세정제 등 생필품 사재기 대란이 일고 있다. 이에 생필품을 마련하려면 긴 줄을 서는 건 기본이고, 매장에 진입해도 물품이 동이 나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호주 교민 이모(29) 씨는 “마트가 오픈하는 시간에 방문해야 화장지를 겨우 살 수 있다. 이른 오후에 방문해도 이미 생필품, 식료품 코너는 살만한 물건이 없다”라며 “요즘 마트에 와도 허탕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앞서 뉴사우스웨일스에선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지를 서로 먼저 가져가려던 고객이 난투극을 벌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몸싸움’까지 난무하자 호주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이 취약 계층 전용 구매 시간대를 신설했다. 호주 전역 995개 체인점을 운영하는 슈퍼마켓 울워스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매장이 9시 정식 오픈 전 미리 문을 열고,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쇼핑 시간을 마련했다. 이른바 ‘어르신 시간’이다. 또 다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콜스도 이달 26일부터 비슷한 정책을 시작할 방침을 알렸다.

이에 대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상태를 유지해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재기 광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1997년 12월 IMF 외환 위기 때다. 당시 경제 불황으로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생필품 등 사재기를 하기 시작했고 전국 마트의 선반은 텅 비었다.

결국 대형 마트들은 대부분 1인당 설탕, 라면, 휴지 등의 판매개수를 제한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재기가 인간의 자연스로운 행동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폴 마스덴 런던예술대 소비심리학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재기는) 우리가 통제를 벗어났을 때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행위의 발현”이라면서 “소비를 통해 공포를 극복하는 일종의 ‘치료 과정’”이라고 말했다.

호주 대형마트 콜스 내부. 사재기 열풍으로 생필품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호주 대형마트 콜스 내부. 사재기 열풍으로 생필품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호주 대형마트 콜스 내부. 사재기 열풍으로 생필품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호주 대형마트 콜스 내부. 사재기 열풍으로 생필품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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