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設의 정치학]통합당의 西進과 무릎 꿇은 김종인

김종인, 보수당 대표 최초로 5·18 묘지서 무릎 꿇어
김종인 체제 후 통합당 호남 공략 가속
호남 지역서 지지율 10%대 돌파하며 효과 나타나
  • 등록 2020-08-22 오전 6:00:00

    수정 2020-08-22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왔습니다”.

80대 백발 노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5·18 묘역을 감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지난 19일 광주를 찾았다. 첫 행보는 5·18 묘역이었다. 그는 행불자 묘지까지 찾았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그는 5·18 민중항쟁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보수당의 대표가 5·18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무릎까지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간 시간이 있고 알게 됐습니다. 위법 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 행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입니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입니다.…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단 걸 잘 알지만,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합니다”.

이어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자리를 옮긴 김 위원장은 “(5·18 문제는) 통합당도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한다”며 “과거와 같은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전 국민을 포용하는 정당으로서의 기틀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체제 후 통합당의 행보는 과거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날 김 위원장 방문 풍경부터 전과 달랐다. 황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 사방에서 물병 등이 날아와 결국 5·18 묘지 참배를 포기하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김 위원장이 ‘무릎 사과’를 하자 일부 시민들이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막말 의원들의 제명을 요구하긴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통합당은 그동안 호남을 포기한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4월 총선만 하더라도 전체 28석 의석 중 12명의 후보만 냈다. 득표율 역시 4%대에 머무르며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의 지지연설에서도 호남은 빠져 있었다. ‘어차피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통합당의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수해 피해를 입은 호남지역에 지도부를 포함해 의원, 보좌진 등을 대거 동원하면서 정성을 쏟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던 호남 공략은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선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반등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지난 8월 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총선 직후 9%대에서 14.1%까지 상승했다

다만 8·15 광복절 광화문집회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상승세였던 통합당의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어떤 묘수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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