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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소비자물가가 ‘역대급’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7% 가까이 상승하면서 거의 40년 만에 최대 폭 치솟았다. 1980년대 초 같은 초인플레이션이 딴 세상 얘기가 아닌 것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르면 내년 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 CPI 물가, 6.8% 폭등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8%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6.7%)를 소폭 웃돌았다. 1982년 6월(7.2%) 이후 무려 39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올랐다.
올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 목표치(2.0%)를 밑돌았다. 그러다가 3월 2.6%로 오르더니 이후 4.2%(4월)→4.9%(5월)→5.3%(6월)→5.3%(7월)→5.2%(8월)→5.4%(9월)→6.2%(10월)→6.8%(11월)로 치솟았다. 올해 초반 해도 9월 이후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상승률이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7%대 상승률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오일쇼크가 절정에 달한 1974년과 1980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당시 초인플레이션 시대의 초입에는 진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수십년간 낮은 물가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걸 감안하면 현재 물가 충격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9% 뛰었다. 1991년 5월(5.1%) 이후 최고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로 나왔다.
앞서 최근 나온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랐다. 1990년 11월(5.1%) 이후 거의 31년 만의 최고치다. 이 역시 11월로 가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PCE 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이르면 내년 3월 금리 인상할듯
이에 따라 오는 14~15일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더 주목 받게 됐다. 1980년대 초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긴축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올해 11~12월에 한해 월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그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CNBC는 “이르면 내년 봄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3월 FOMC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늦어도 5월 FOMC에는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날 CPI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이 통계를 산출한 이후 몇 주를 보면 가격과 비용 상승은 둔화하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역시 예상과 달리 안도 랠리를 펼쳤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5% 오른 4712.02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점을 깼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3.39% 떨어지며 다시 20선을 밑돌았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최고전략가는 “(CPI 상승률은) 수십년 만의 최고치이지만 여전히 예상에 부합했다”며 “안심할 만한 수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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