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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1인 세신샵’. 하얀 대리석 인테리어에 밝은 조명, 명화 액자가 걸린 공간으로 클래식이 은은하게 흘렀다. 예전이면 목욕탕이라 상상하기 어려운 곳이다. 안내원, 세신사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은 없다. 옷을 갈아입고 세신을 받는 룸 4곳이 전부 ‘1인용’으로 철저히 분리돼 있어서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곳은 짧게는 75분, 길게는 85분까지 혼자 이용한다. 먼저 15분간 샤워를 하고 욕조 반신욕 또는 1인용 건식 사우나를 이용해 몸의 때를 불리면, 세신사가 20~30분 온몸의 때를 밀어준다. 헤어팩, 오일 마시지 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천연 허브 성분으로 직접 만든 샴푸·바디워시·바디로션 등 목욕용품이 모두 갖춰져 있어 이곳엔 ‘목욕 바구니’ 없이 몸만 와도 된다. 반신욕 중간은 물론, 목욕을 마친 이후엔 시원한 음료도 준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 2021년 문을 연 뒤 입소문을 타고 구독자 100만명이 넘는 인기 유튜브 채널 등에도 등장, 예약이 힘들 정도로 명소가 된 곳이다.
최근 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 등에는 이와 같은 1인 세신샵들이 활발히 영업 중으로, 일부는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여성 전용으로만 운영해 남성의 출입은 금지된다.
세신사도 “1인샵이 좋아”…대중탕은 5년새 25%↓
1인 세신샵을 찾은 여성들은 흡족하단 반응이다. 직장인 박모(32)씨는 “몸을 맡기고 났더니 곧 노곤해지면서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다”며 “비싸긴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안심하고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40여분 걸려 왔다는 6개월차 임산부 신모(30)씨도 “일반 목욕탕을 가기 부담스러워서 혼자 관리를 받고 싶어서 블로그를 보고 찾아왔는데 좋았다”고 했다.
1인 세신샵이 늘고 있는 데 반해 대중탕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에 올해 들어서는 전기·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 말 기준으로 758곳에 달했던 서울 시내 목욕탕은 △2020년 716곳 △2021년 679곳 △2022년 619곳에 이어 올해는 571곳까지 감소했다. 5년 사이 4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단 의미다.
다만 대중탕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도 씻을 공간이 마땅찮은 주거취약계층 등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로서 운영돼왔던 만큼 ‘고물가 시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태 한국목욕업중앙회장은 “공공요금 분할 납부뿐만이 아니라 취약계층 등을 고려한 ‘목욕 바우처’와 같은 제도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