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삭감해 통상임금 줄이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해 있는 K사.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주말 근무와 야근이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원청사에서 따오는 수주 물량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오락가락해 생산직원 수를 최소 한도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큰 불만은 없다.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야근수당에 휴일근로수당까지 합치면 인근 공장 직원들보다 보수가 괜찮은 편이어서다.
지난해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이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열고 상여금을 줄여 총 급여를 예년 수준에서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들었다. 대신 그동안 없던 교통비를 신설, 근로자들의 불만을 달랬다.
이 회사가 사용한 방법은 이렇다. 최저임금(5210원) 기준으로 이 회사 근로자의 기본급은 108만8890원이다. 시간당 5210원씩 월 209시간(일요일 유급·토요일 무급)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다. 이 회사는 연간 상여금 600%를 매달 나눠 주고 있어 실제 근로자들이 받아가는 월급여는 163만3335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과근로수당이 대폭 인상되면 인원을 감원하거나 잔업을 줄일 수밖에 없는 회사들이 많다보니 정리해고나 소득 감소를 우려한 근로자들이 상여금 삭감을 마지 못해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기상여금은 재직자만… 지급 규정 바꾸기도
취업 규칙상의 상여금 지급규정을 바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부담을 회피하는 기업들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에서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근로자 과반 이상을 대표하는 노조와 합의하거나, 근로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담당 근로감독관의 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여금을 퇴직자에게도 지급해 왔다면 근로 관행이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할 경우 시행세칙을 따로 둔다고 해도 취업규칙상의 불이익 변경인 만큼 근로자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상여금 비중이 낮거나, 분기나 반기별로 지급해온 회사들은 상여금을 명절 특별보너스나 여름 휴가비 등과 같이 복리후생비 형태로 변경해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