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현지기업과 전기차 합자 법인을 설립하거나 추진 중인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업체의 수는 8곳에 달한다. 2년 전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을 비롯해 르노-닛산, 포드, 다임러(벤츠), BMW, 볼보, 혼다, 콘티넨탈 등이 최근 1년 사이 중국 기업들과 손을 잡고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주자들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최대 규모의 핵심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성장과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애초 자신들의 계획보다 더 빠르게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강요당하는 처지가 됐다고 분석한다. 기술 제휴를 목적으로 합자기업 추진을 유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아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당 시장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발판삼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새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반대로 시대에 뒤떨어져 몰락하는 전통 강자도 존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77만대로 전년도 55만대 대비 40%가량 성장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판매량은 35만대 수준으로, 전 세계 전기차 2대 중 1대가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시장의 중요성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진입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내년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으로 수많은 기업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이 늦어진 국내 자동차업체도 한·중 관계 회복을 계기로 현지 기업 협업을 통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범준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기차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대한 의지가 결합하면서 IT 산업과 같이 전기차 산업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로컬 브랜드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