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진핑①]비판에 부딪힌 中國夢, 귀 열고 노선 바꿀까

"미중 무역전쟁, 국제 경제 이해없이 '중국 굴기'로 접근"
가짜 백신파동으로 국민 분노에도 직면
"일인 숭배 톤 낮추고 도광양회로 왹교 전략 수정할 가능성도"
  • 등록 2018-08-07 오전 5:00:00

    수정 2018-08-07 오전 11:01:53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미·중 무역 전쟁의) 문제는 주도권이 우리 손안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가장 위험한 때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중화민족이 새로운 위험에 처했다.”

리샤오(李曉) 중국 지린대 경제학원장이 지난 6월 지린대 졸업식에서 한 이 연설은 한 달 뒤 중화권 매체에 보도되며 눈길을 끌었고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지금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 경제나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중국 굴기’라는 시선만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연설 이후 두 달이 되도록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 아직 싸움의 결말이 나질 않았지만, 중국 내 지식인과 학계에선 ‘중국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지나친 中國夢…미·중 무역전쟁에 中 고립 불렀다

6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1달러당 6.8513위안으로 고시했다. 전 거래일인 3일보다 위안화 가치가 0.28% 하락한 것으로 위안화 가치는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증시 역시 삐걱댄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9% 하락한 2705.16으로 장을 마치며 연초보다 19.2%나 하락했다. 이에 중국 증시는 세계 증시 2위 자리를 일본 증시에 내주게 됐다.

당초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두렵지만 피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내밀 카드는 적고 미국에 비해 중국 경제가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자 중국 내부에선 미·중 무역전쟁을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신하고 중국 우위의 선전방식을 일삼다가 현실을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은 중국 굴기를 강조한 현 중국 공산당으로 쏠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맞춰 세계 최강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겠다고 밝혔고 이 같은 태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자극해 이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이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내부 결합을 유도했지만 이는 국제 사회에서의 중국의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부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가짜 백신 파동이 불거지며 중국 지도부가 국민 건강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라는 불명예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달 민간업체인 창성바이오가 인간 광견병 백신 생산 과정에서 기록을 조작한 데 이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DPT(디프레티아·백일해·파상풍) 백신 25만여 개를 유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중국 국민들은 기본적인 안전마저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특히 DPT 백신은 유아가 맞는 경우가 대다수라 2008년 멜라닌 분유 파동에 버금가는 파장을 낳고 있다.

도광양회로 돌아설까…시선은 베이다이허로

2012년 집권 이후 장기 집권 포석까지 마련하며 승승장구하던 시 주석이 위기에 몰린 가운데 시선은 ‘베이다이허 회의’로 모이고 있다. 이 회의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km 떨어진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현 지도부와 원로들이 국정을 논하고 향후 공산당의 방침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올해 회의는 지난해 회의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선언하던 19차 당 대회를 바로 앞두고 열렸던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선 시 주석에 대한 견제나 비판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회의에선 공산당 서열 5위급인 왕후닝 상무위원 대신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과 후춘화(胡春華) 인사 담당 부총리 등 정치국 위원이 좌담회를 주재한 것으로 나타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왕후닝은 ‘시진핑 사상’을 고안한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일인 숭배 체제를 공고히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시 주석에 대한 반발이 커진다는 이유로 왕후닝을 낙마시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시 주석 역시 이번 회의에서 무역전쟁과 북한 비핵화 문제, 경제 침체와 금융 리스크 등은 물론 개인 숭배작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맞닥뜨리는 것은 물론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 지도부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웨이신(위챗) 등 사이버 공간 검열을 강화하면서도 시 주석 개인을 우상화하는 작업도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 이후 집중적으로 설치된 ‘시진핑 사상’ 등 핵심 선전문구들은 지난달 하순부터 눈에 띄게 줄었고 중국 관영매체에서 자주 사용하던 ‘대단한 우리 나라’(歷害了 我的國)라는 표현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교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덩샤오핑 시절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를 견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룬다) 전략을 펴 왔다. 하지만 이 유소작위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고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공산당 관리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에 “중국은 도광양회를 폐기한 적이 없다”며 “중국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는 각각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도광양회와 유소작위 전략을 번갈아 쓰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시 중국이 도광양회 전략을 꺼내 들고 미국과의 패권 대결에서 한발 물러서 실력을 기르는 데 방점을 둘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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