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警 과오에 거듭 사죄한` 민갑룡 "경찰이 곧 시민"

퇴임 한 달 앞둔 민갑룡 경찰청장 인터뷰
"수사권 조정, 가장 기억 남지만 개혁 미완성 아쉬워"
"후임 청장이 경찰 개혁 성공적으로 완수해주길"
"과거사 청산, 멍에 털어내야 나아갈 수 있어"
  • 등록 2020-06-24 오전 12:02:00

    수정 2020-06-24 오전 7:04:01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올해 초 ‘검·경 수사권조정’이라는 경찰의 숙원을 푼 민갑룡 경찰청장이 다음 달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퇴임을 앞두고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 청장은 “청장 취임 후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낸 적이 없었다”며 자신의 임기를 돌아보면서도 자치경찰 등 경찰개혁 과제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퇴임을 앞둔 민갑룡 경찰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경찰 숙원` 수사권 조정 이뤄내…자치경찰 등 경찰개혁은 미완

민 청장은 다음달 말 1988년 이후 30여년간 입었던 경찰복을 벗는다. 지난 2년간 경찰 총수로서의 그의 행보를 보면 수사권 조정과 경찰에 대한 인식 바로 세우기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 과정에서 대내외 압박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국민과 함께하는(민주) 따뜻하고(인권) 믿음직한(민생)’ 경찰이 되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는 게 민 청장의 생각이다.

민 청장이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것은 단연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를 진행할 때 검사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었지만, 올 초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서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과는 ‘협력’ 관계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민주국가라면 국민의 신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체계에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어 문제가 있었다”며 “수사권 개혁으로 검찰과 경찰 사이에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과 책임성에 따른 상호 존중과 협력 관계가 바로 설 때 국민의 인권과 편익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과 함께 추진해 온 경찰개혁이 자신의 선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자치경찰제에 대해선 지금까지 구상해 온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미련을 내비쳤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분화해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수사, 전국 규모의 민생 치안을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생활 안전 등 주민과 밀착된 민생 치안활동에 집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치경찰은 지자체에 소속돼 민생 치안을 맡게 된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미뤄졌다.

민 청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대상 범죄나 아동학대 문제 등 약자의 안전과 관련된 일들은 자치경찰이 국가경찰보다 더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 차원의 행정력도 함께 발동돼야 하는데, (지자체 소속의) 자치경찰은 복지예산을 다루는 부서와 병원 등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치경찰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 제주도의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예로 들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대책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같은 소속인 자치경찰이 매일 방역대책 회의에 참석하고, 공무원들과 현장 경찰 간 필요한 것을을 나누면서 신속한 조치를 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한 경찰 차원의 조치는 다 취했지만 입법이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며 “자치경찰제 도입은 바로 국가와 지방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치안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 과제를 후임 청장에게 넘겼다. 민 청장은 “경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기대가 큰 만큼 경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부탁하고 싶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권 개혁 후속 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을 앞둔 민갑룡 경찰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애플 청장’ 별명 뒤 민갑룡의 의지…“경찰은 공동체를 위해”

민 청장은 임기 동안 경찰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과거사 청산에 주안점을 뒀다. 취임 후 사과를 많이 한 탓에 일각에선 `애플(사과) 청장`이라는 별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청장의 사과 행보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로버트 필의 9가지 경찰원칙`을 내보였다. 로버트 필은 1800년대 영국의 근대 경찰제도를 확립한 인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민 청장은 9가지 원칙 중에서도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문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경찰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이 경찰에게 바라는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은 어때야 한다’는 원칙이 정립돼 있지 않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점이 산만했다”며 “경찰은 제복입은 시민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시민을 대표해 그들을 지킨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데에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를 위해 민 청장은 과거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던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경찰청장 최초로 기념행사에 참석해 유가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을 비롯해 평택 쌍용차 파업과 밀양 송전탑 사건 등과 관련된 경찰의 과오에 대해서도 머리를 숙였다. 민 청장은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이 열사 어머니가 `33년간 나에겐 매일이 그 날이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경찰의 과오가 규명된 사실에 대해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동안의 멍에를 털어내야 경찰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대한 사과뿐만 아니라 민 청장은 다시 이런 과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장치도 마련했다. 언제 어떻게 경찰의 물리력이 사용돼야 하는지를 규정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경찰이 직무수행과정에서 지켜야할 기준인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이 바로 그것이다. 민 청장은 “이러한 규정이 경찰관 개개인에게 공권력 행사의 판단기준과 실천지침으로 내재화돼 치안행정 전반에 인권의 가치가 투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965년 전남 영암 출생 △경찰대 행정학과 졸업(4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서울 남부경찰서 수사과장 △전남 무안경찰서장 △서울 송파경찰서장 △인천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차장 △경찰청장(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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