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흔들어줘도 난리일낀데"…朴사저 앞 여전히 북적[르포]

귀향 세 번째 주말 9일 달성 앞 풍경
초여름 날씨에도 줄이은 방문객, 할머니 손잡고 온 대학생도
'비박계' 향한 적개심 여전…"유승민 지선 왜 나와"
  • 등록 2022-04-12 오전 6:00:00

    수정 2022-04-12 오전 6:00:00

[대구(달성)=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리 마이 왔는데 얼굴 좀 비차주지! 손만 흔들어줘도 난리일낀데….”

지난달 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대구 달성군 사저 앞. 세 번째 주말인 9일 박 전 대통령을 보러 동대구역에서 왔다는 택시기사 이태균(76)씨는 지상 2층 규모의 전원 주택을 가리키며 “그래도 다 보시고 있겠지예”라며 이렇게 말했다.

9일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방문객들.(사진=김보겸 기자)


朴 달성행 2주째…“편하게 지냈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품은 이들은 낮 기온 28도의 초여름 날씨 속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곳을 찾았다. 사저 초입에서 임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차량들이 줄을 이었고, 경찰은 교통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사저 앞 담벼락에는 `우리공화당` 리본을 단 화환이 늘어서 있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정귀숙(68)씨는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더 좋다. 장기 집권 한 거 갖고 욕하는데 그 땐 그리 안 했으면 발전을 못 했다 안하나”라고 했다. 함께 온 60대 여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준 건 잘한 일인데 좀 더 일찍 했어야제…”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축하 화환과 전신 판넬이 놓여 있다.(사진=김보겸 기자)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닌다는 20대 남성은 할머니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며 “할머니가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셔서 삼촌이랑 사촌 동생들을 함께 왔다”고 했다. 거창에 살다 지금은 인천으로 주소를 옮겼다는 70대 남성은 `박 전 대통령을 보러 왔느냐`는 질문에 “이리 사람이 많은데 얼굴이나 볼 수 있겠습니까”라며 웃었다. 옆에서 아내가 거들었다. “부산에 일 보러 갔다가 인천으로 올라가는 김에 들러보자 해서 왔어요. 와 보니까 조용하니 좋고 이제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박 전 대통령의 `귀향` 이후 주위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사저 인근 한 대형카페 직원은 “3년 전 문을 연 뒤 평일 카페 투어를 하는 손님 정도였는데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주말 손님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카페 손님들도 삼삼오오 정치 얘기로 꽃을 피웠다.

朴 정치적 행보 경계…“유승민 지선 왜 나오나” 반발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 재개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사저 근처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전날 공개한 유영하 변호사 지지 음성이 흘러나오자 70대 여성은 “가만 있으면 될 낀데 와 또 나와 갖고…하이고 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박 의원들을 향한 적개심도 여전했다. 사저 앞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옛 바른정당 의원들의 명단과 사진이 담긴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입맞춤하는 사진에는 `특급`이란 빨간 낙인이 찍혀 있었다.

플래카드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한 남성은 `8년 만에 대구시장이 바뀐다더라`고 묻자 “홍준표가 저 딴에는 하겠다고 하는데 밀어줘야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달성행 3주차를 맞아 어수선했던 처음에 비해 조금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사저에서 쌍계 2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목에 배치된 경력도 10여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좌판을 깔고 두릅을 팔던 이소수(79)씨는 “달성에서만 살았는데 지난 주만큼 사람들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온다는데 더 많아지지 않겠나”고 했다.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부터 새누리당 의원 시절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김보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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