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그래도 대마불사?

  • 등록 2012-12-06 오전 7:30:00

    수정 2012-12-06 오전 7:3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대마불사. 국내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통하는 말이었다. 적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그랬다.

‘대마불사’를 믿고, 빚이 빚을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치를 100배 1000배 뻥튀기했던 금융회사들은 보기 좋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국에서 터진 고름은 유럽 재정위기로 번지면서 수년째 글로벌 침체라는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기업들은 수요 감소에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 약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

본지가 분석(11월30일자)한 결과 한계기업으로 꼽힌 대기업 계열사들은 144곳에 달했고,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두산건설 동부제철 동부CNI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함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기업계열 한계기업 상장사 23곳에 비해 6배 이상 많다.

이들은 3년째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곳이다. 쉽게 말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더라도 매년 추가적인 빚을 내지 않고는 기업이 존속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대기업들은 그룹 버퍼로 견딜 수 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그룹별 전체 부채비율 등을 살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24위의 웅진그룹도 지난 9월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한국은행은 대기업 계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6월 말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9%로 중소기업(5.0%)보다 좋지 않다.

철강 세계 1위 포스코를 보더라도 2010년 이후 2년여 만에 국제 신용등급이 3단계나 떨어졌다. 포스코 계열사 중 한계기업은 8곳이고, 이중 상장사는 3곳이나 됐다. 롯데 동부 동양 효성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디스나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재무악화와 빚 부담 증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수십 년을 갈 것으로 판단한 금융당국 수장이라면, 적어도 대기업들의 어려움을 미리 점검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대마불사’를 믿기엔 한국경제의 구조와 시스템이 너무 취약한 건 아닌지 냉정히 되짚어 볼 때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