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자기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끌어내리려 할 만큼 분노가 팽배해 있음을 말해준다. 내치를 신임 총리에게 넘기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 외교·국방만 챙기겠다는 약속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야권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내세우며 전면전 공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리하게 조성된 국면을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사이 국정공백이 초래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각 부처마다 직원들이 출근은 하고 있지만 업무 추진은 뒷전인 상태다. 청와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무총리실도 김병준 교수가 신임 총리로 내정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입장이 아니다.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부 전체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 작업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국정만큼은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 특검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수사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씨에 이어 박 대통령의 측근인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도 구속 조치된 마당이다.
야당도 국정 안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는 용단을 발휘해야 한다. 국정이 망가질수록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자세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올바른 모습은 아니다. 국가 살림이 거덜나게 된다면 야당도 공동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박 대통령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솔직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조건들이 내년 대선에 나서는 모든 예비주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무모한 전횡이 수없이 드러난 마당이다.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요소를 바꿔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