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거래절벽 코 앞인데…공인중개사 응시생 32만명 넘어

중년고시는 옛말
시험 응시생 9년만에 최대 규모
10대~80대 전연령층 껑충
男응시생 56.8%…女보다 높아
중개업소 판치네
중개업소 휴업 연 1만곳 넘어
30%는 年매출 2400만원 안돼
넘치는 자격증 부작용 우려↑
  • 등록 2017-08-29 오전 5:30:00

    수정 2017-08-29 오전 5:3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숫자가 32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15만여명 정도였던 4년 전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제19회 시험 당시 32만 5763명이 원서를 낸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거래 감소 등으로 영업 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개업 중개업자들로서는 공인중개사 응시자 증가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거래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신규 자격증 취득자가 늘어난다면 중개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공인중개사 도전 열풍…9년만에 최대 규모

28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접수를 마감한 28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1차 19만 5566명, 2차 12만 5435명 등 총 32만 1001명이 원서를 냈다. 이는 전년 27만 3251명보다 17.5%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지원자가 늘었다. 40대 응시생만 10만명을 넘어 32.8%를 차지했다. 10대도 작년 745명에서 올해 867명으로 늘었고 70대와 80대도 각각 233명, 13명 늘어 813명, 41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 응시생이 56.8%로 여성(43.2%)보다 많았다. 다만 최종 합격률(작년 기준)은 여성이 24.5%로 남성(17.3%)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젊은 층의 응시가 늘었고 8·2 부동산 대책 이전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대거 몰린 것 같다”며 “최근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평생 자격증’ 개념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응시자가 증가하니 합격자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공인중개사…3분의 2는 놀아

국가전문자격 제도인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 육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1985년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19만 8808명이 응시해 38.2%인 6만 277명이 합격했지만 이후 2회 시험부터는 응시생 숫자도 대체로 5만명 이하였고 합격자 수도 연 2000~3000명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격년제로 시행되면서 신규로 배출되는 공인중개사 숫자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이들에 대한 구제책 일환으로 당시 김대중 정부가 1999년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매년 실시하고 커트라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매년 1만명 이상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매년 시험이 치러지고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합격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중개업소 1곳당 배후수요 500가구가 적정선이라고 보는데 수도권 1000가구 단지에 중개업소가 5~7개씩 있는 곳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힘들게 자격증을 따놓고도 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른바 ‘장롱면허’ 소유자가 더 많다. 1회부터 27회까지 공인중개사 시험에 최종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누적인원은 38만 1720명이다. 그러나 실제 개업 중개업소 숫자는 전국에 10만 255곳이며 현재 활동 중인 공인중개사는 약 12만명이다. 자격증 취득자의 3분의 2가 놀고 있다는 뜻이다. 그 중 일부는 자격증 불법 대여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1만 4000여곳 휴·폐업…국토부 “신규 진입 차단 능사 아냐”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 61만 796건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45만 1244건이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해 중개됐다. 6개월간 중개사무소 1곳당 평균 거래건수가 5건 정도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2015년 한 해에만 1만 4641개 중개업소가 휴업에 들어갔거나 간판을 뗐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가 1~2년 만에 폐업신고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회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충격적이다. 공인중개사 3명 중 1명은 연 매출이 2400만원 미만이었다. 올 하반기 대기업 대졸 신입직 평균 연봉 3920만원보다 높은 공인중개사 비중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협회는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과당경쟁이 심화해 중개사들이 생계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60점 이상 절대평가 기준을 상대평가로 바꾸고 선발 예정인원도 연 3000명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매년 다수 배출되는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수급 조절 관련 방향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인 수험생들이 적지 않고 선발 인원을 줄인다고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신규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기득권만 보호해주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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