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줄였다지만…지역 공약 143개 '폭탄' 터질라

  • 등록 2017-09-18 오전 5:30:00

    수정 2017-09-18 오전 7:23:43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인 지난 4월 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야탑역 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유권자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언론사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대선 당시) 지역 공약을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풀어나갈 것인가?”

문 대통령은 “지역 공약은 지금부터 하나하나 다듬어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답을 피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일주일 뒤인 8월 2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 브리핑에서도 벌어졌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천문학적 돈이 드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이 대다수인 지역 공약 이행으로 인해 향후 해당 예산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 물음에 침묵했다.

정부가 ‘사람 중심 투자’, ‘복지 확대’ 등을 내걸고 내년 SOC 예산을 역대 최대 폭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새 정부 SOC 예산이 다시 크게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지방 유세를 다니며 약속한 100개 넘는 지역 공약의 사업비 ‘청구서’가 조만간 날아들 것이어서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 비용으로 정부가 추산한 임기 5년간 178조원에는 지역 공약 사업비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주요 복지·일자리 공약 등의 경우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해 사업별 소요 재원을 따져보고 별도의 재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 금액이 5년간 178조원이다. 오는 2021년까지 정부가 쓸 돈과 들어올 돈을 어림잡은 중기 재정 운용 계획도 이런 틀 속에서 짰다.

그러나 정작 지역 공약 사업에는 얼마가 들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처지다. 실제 지역 공약을 이행할 경우 178조원 외에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 지역 공약은 17개 시·도 공약 130개, 시·도 간 상생 공약 13개 등 총 143개에 이른다. 총사업비 5조원 규모 달빛내륙철도(동서내륙철도) 등 막대한 정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SOC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도 새만금 사업 등 현재 추진 중인 일부 계속 사업을 제외하면 지역 공약 추진을 위한 신규 사업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을 먼저 세우고 이에 따라 공약 옥석을 다시 가리겠다며 사업 추진을 일단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에 관한 ‘쪽지 예산’을 밀어 넣으려는 정치권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지역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의 SOC 예산이 내년 이후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22조 1000억원)보다 20% 줄어든 17조 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감축한 SOC 예산을 복지 등 사람 투자에 쓰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역 공약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 정부 SOC 지출도 대폭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 나올 구석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 번 늘린 복지 예산은 줄이기 어렵고, 그렇다고 SOC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 빚을 늘리기도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지역 공약 이행을 임기 중·후반으로 미루다가 본격적인 비용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철도 등 SOC는 사업 계획에서 준공까지 평균 9년 정도가 걸리는데, 설계 등을 하는 사업 초기에는 돈이 적게 들다가 착공 후부터 공사비가 많이 드는 구조다.

국토부에서 SOC 예산을 담당하는 한 관료는 “내년 SOC 예산이 올해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매년 다 쓰지 못하고 이듬해로 넘어가는 이월 예산이 내년에만 약 2조 8000억원으로 적지 않고, 김해 신공항·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수조 원대 사업이 시작 단계여서 당장은 사업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사업이 착공하고 지역 공약 중 신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9년부터는 SOC 예산이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