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리포트]①대니얼 이거 어때요?..막내직원도 대표와 아이디어 놓고 '끝장토론'

<은행 같지 않은 카카오뱅크...판교본사 둘러보니>
수평적 기업문화에 능률 쑥
형식 얽매이지 않는 업무방식
  • 등록 2018-08-14 오전 5:00:00

    수정 2018-08-14 오전 9:43:32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편집자주] 인터넷전문은행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카뱅)’. 카뱅이 출범 1년 만에 혁신적인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지금, 경기도 성남 판교에 있는 카뱅을 찾았다. 490여명의 임직원들이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킥보드를 타고 복도를 질주하거나 게임기 앞에 쭈그려 앉아 조이스틱을 돌리거나 헤드폰으로 귀를 덮고 음악에 심취하거나…. 13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1번지 H스퀘어 S동 5층에 입주한 카뱅의 첫 모습은 지금까지 알던 은행과는 확연히 달랐다.

말끔한 정장이 아닌 티셔츠, 반바지 차림의 직원들이 근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뱅 오피스 중심부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시끄럽게 잡담을 하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응대할 일이 없다 보니 반바지를 입어도 슬리퍼를 신어도 문제 없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되레 업무효율이 더 오른다는 말에 왜 카뱅이 은행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가깝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 카페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고 있는 카카오뱅크 직원들.(사진=카카오뱅크)
직원들이 주인공인 카뱅...수평적 조직문화로 아이디어 팡팡

카뱅은 사무실 입지부터 다른 은행들과 거리를 뒀다. 금융사들이 즐비한 서울 중구 을지로나 영등포구 여의도가 아니라 판교 테크노밸리 ICT 기업들 사이에 터를 잡았다. 주변에는 엔씨소프트나 넥슨코리아 등 게임회사나 안랩, 포스코ICT 등 ICT 관련 기업들이 줄지어 있다.

내부도 ICT기업처럼 소통과 협업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며졌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다음 제주사옥 건설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카뱅 본사는 1000평 규모의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다. 한가운데 금싸라기땅을 크고 작은 회의실과 카페테리아에 내줘 쉽게 모일 수 있게 했다. 또 귀퉁이를 접한 네 오피스에 오세아니아·아메리카·유럽·오세아니아 등 대륙으로부터 따온 이름을 붙여 출근의 긴장감이 아니라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회의실에 원·달러·페소·헤알 등 세계 화폐로 구분한 것이나 항공기 비지니스석을 본뜬 1인용 좌석을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카뱅에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도 뿌리내려 있다. 막내 직원도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를 직급 대신 각각 얀(Yan)·대니얼(Daniel)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영어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하다 보니 직급이 있었다면 말하기 어려운 소소한 아이디어를 막힘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카카오뱅크 카페라운지 내에 설치된 게임기를 이용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직원들.(사진=카카오뱅크)
임직원 평균 연령 35세...대표 이사실 대신 직원 휴식공간 늘려

이 뿐 아니라 카뱅에는 별도로 대표실이 없다. 대표들도 직원들과 같은 책상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직접 직원의 자리로 찾아와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들 책상에도 크리스탈이나 자개로 만든 명패 대신 종이로 접어만든 명패를 세워 뒀다. 직함을 빼고 영어 이름을 위에 쓴 것마저 직원들과 똑같다. 재충전을 위한 공간과 제도도 마련돼 있다. ‘피곤헷징’은 이층침대를 놓아둔 직원 휴게 공간이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의미의 ‘이너피스’라는 휴게실도 있다.

카뱅 직원들은 “내가 비로소 나다워지는 직장”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직원 평균 연령이 35세에 불과할 만큼 젊고 역동적이다. 카뱅 임직원수는 지난해 9월 329명에서 12월 360명, 올해 3월 389명, 6월 490명으로 급증세다.

지난 6월 11일부터 30일까지 27개 분야 경력직을 공채 서류를 접수한 결과 꼬박 스무날 만에 3000명이 넘게 카뱅에 지원했다. 이들 역시 이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나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반해 입사를 희망한다고 한다. 한국의 구글이나 애플과 같이 2030세대가 선망하는 ‘신의 직장’이 된 것이다.

카카오뱅크 카페라운지 내에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을 본따 만든 1인좌석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카카오뱅크 직원.(사진=카카오뱅크)
중금리 고객 40% 육박...산고 끝 탄생한 26주 적금 대박

카뱅 특유의 기업문화가 낳은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26주 적금’이다. 1년 산고 끝에 탄생한 이 상품은 애초에 ‘52주 적금’ ‘목적성 적금’ 등 설왕설래가 오가다 26주 적금으로 정해졌다. 콘셉트가 정해지고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해 응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1000,2000,3000원씩 액수를 올려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을 줘야 한다든지 발전을 계속했다. 결국 26주 적금은 출시 한 달에 33만명이 넘게 가입하는 등 카뱅의 대표적인 인기상품이 됐다. 카뱅에는 지난 1년간 96만좌의 적금이 개설됐다. 시중은행의 비슷한 상품은 1년에 2만~3만좌 가입하는 데 그친다.

중금리 대출 규모 역시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카뱅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기준 4~7등급에 해당하는 중금리 대출 잔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객 기준으로는 38%, 금액 기준으로는 20%대다. 4~7등급 비율이 40% 정도이니 카뱅이 중신용자 대출에 소홀했다는 건 상품명에 따른 오해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KCB는 일반적으로 NICE평가정보보다 보수적으로 신용등급을 책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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