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인생 2막' 꽃길 대신 서민 곁 선택한 박보영 전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9월 1일자로 법관 임명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서 소액사건 담당
박 전 대법관 "봉사하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대법관 출신 개업은 우리나라뿐..개업 어려워질 것"
  • 등록 2018-08-30 오전 5:00:00

    수정 2018-08-30 오전 11:47:13

박보영 전 대법관 <사진=대법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진짜 박수쳐야 할 일입니다. 창피하지만 대법관 하다 나와서 변호사 하는 사람 중에 존경받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일할 당시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했던 한 변호사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1월 2일 퇴임했던 박 전 대법관을 오는 9월 1일자로 법관으로 임명하고 원로법관으로 지명했다고 29일 밝혔다. 퇴임 대법관이 판사로 다시 복귀해 일선 재판정에 서는 것은 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퇴임한 고위 법관의 변호사 개업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후배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준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칭송이 나온다.

고향 순천에서 봉사할 길 찾다 판사 지원

대법관은 퇴임후 대형 로펌에 입사해 간판 변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1948년 대법원 설립 이래 대법관 출신 135명 중에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이는 동아대 석좌교수를 하고 있는 조무제 전 대법관을 필두로 김영란ㆍ전수안ㆍ박시환 전 대법관 등 10명에 불과하다.

경제적 이유가 결정적이다. 대법관 출신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개업을 하게 되면 건당 수임료는 최소 1억원, 많을 때는 수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로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로펌 소속 변호사로 일하며 5개월간 16억여원의 수입을 올린 게 문제가 돼 결국 낙마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끼어드는 사건은 일반의 상식으론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전관들의 과거 권력과 인맥을 이용해 판사에 영향을 끼쳐 결과를 뒤집으려는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법관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담당할 예정이다. 소액사건이란 보통 3000만원 이하의 서민들이 관계된 민사사건으로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 아니다. 시군법원 자리 자체도 한적한 지방 시도에서 주로 서민 사건을 살피는 자리여서 판사들이 기피하는 한직이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은 퇴임 후에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으로 후배들 교육을 담당하다 다시 재판업무를 희망해 지난 6월 법관지원서를 제출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박 전 대법관은 자신의 고향에서 경력을 활용하는 길을 모색하다 시군 판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신규 판사로 선임된 뒤 “봉사하는 자세로 시법원 판사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담담히 소감을 말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개업 어려워질 듯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법관의 인생 2막 선택에 존경을 표하면서도 그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시각도 없진 않다. 이전에도 새로운 선택을 한 퇴임 대법관이 없지 않았지만 금세 대형 로펌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겸직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김능환 전 대법관이 그런 경우다.

김 전 대법관은 선관위원장직을 끝으로 아내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작은 소규모 편의점에서 일해 화제가 됐지만 5개월 만에 법무법인 율촌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 대법관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출신들이 변호사를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 대법관을 마치고 나와 변호사를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퇴임 대법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활동 영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최고 법원에서 법리를 선언해 온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1심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전 대법관은 1987년 3월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할때까지 17년간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04년 2월 변호사로 전직했다 2012년 1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올해 초까지 6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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