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전담경찰관’인 정의문(35) 서울영등포경찰서 수사심사관실 경사는 어느 날 주말 저녁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신경이 곤두섰다. 발신자는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옛 신변보호)를 받았던 ‘교제폭력’ 피해자. 마지막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정 경사는 위험한 순간이라고 판단, 112신고를 하고 피해자 관할 지구대에도 협조를 요청해 우려했던 순간을 막을 수 있었다.
정 경사는 “다음 날 피해자가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전화를 걸어왔다”며 “피해자가 하루빨리 일상에서 안정감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국어교육, 주거이전 등 종합지원을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안부전화에서는 문맹이었던 피해자가 글쓰기 교육을 받고 있는데 ‘꼭 감사편지를 쓰고 싶다’고 하더라”며 “범죄피해를 겪었던 이들이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일조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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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범죄피해는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피해자전담경찰관은 ‘공감 피로’를 겪게 돼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정 경사는 “건강한 여가생활과 명상 등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단련, 다른 피해자들 지원 업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범죄피해자 보호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정 경사는 “일반 시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경찰들은 신형 스마트워치나 지능형 폐쇄회로(CC)TV 개발 및 지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해자 구금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는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으로 가·피해자 간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범죄피해자에게는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정 경사는 “그 마음을 100% 이해할 순 없겠지만, 피해자만 느끼는 불안·분노·자책 감정으로 매우 외로우실 것”이라며 “피해를 겪었다는 수치심에 혼자 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감정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 내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이 있으니 말할 곳이 필요하면 들어 드리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곁에 있어 드리겠다”며 “당신 잘못이 아니니 더는 미안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