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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06년 11월 숙모로부터 훈계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숙모를 가위로 십 수회 찔러 살해해 2007년 2월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이후 치료감호 가종료로 나온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2014년 2월 직장 동료로부터 참견을 받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미간을 칼로 강하게 찔러 2014년 9월 살인미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살인미수 형사사건으로 A씨는 2014년 3월 국선변호인으로 피해자 B씨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B씨의 호의를 오해해 이성으로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치료감호를 종료한 2021년 3월부터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B씨에 대한 출신대학, 직장 주소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B씨에게 연락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8월 8일 형사사건 재심 등을 상담한다는 명목으로 B씨가 근무하는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B씨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A씨는 B씨로부터 “일이 밀려 사건을 수임할 수 없으니,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특히 A씨는 2022년 9월 18일 인화성 물질인 경유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사무실 탁자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하면서 “12시까지 사무실로 오시오. 오지 않는다면 사무실은 불에 탈 것이오. 마지막 경고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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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과거 자신을 국선변호했던 여성변호사인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음에도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거나 문자메시지 전송과 통화 시도 등의 스토킹 행위를 반복했다”며 “과거 피고인에 대한 살인미수 등 형사재판 사건에서 국선변호를 맡아 피고인의 종전 범죄전력과 범행의 잔혹성 등을 잘 알고 있었을 피해자로서는 위와 같은 스토킹 행위와 협박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상당 기간 심각한 불안 장애를 겪을 수 있음이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입었거나 향후 입을 정신적 피해를 일부나마 경감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을 상당 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 측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됐다. 2심 재판부는 “범행 후 정황 등 기록과 변론 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에 더해 양형 기준을 살펴봐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화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또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면서 “피고인에 대해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