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탐구⑤]중간금융지주사 대안될까…숨죽인 재계

'엘리엇 사태' 후 우리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다시 주목
與, 중간금융지주회사 대안 제시…김상민 의원안 계류
금산분리 완화해 일반지주사도 금융사 보유 길 열어줘
시민단체 등 강한 반대…"재벌 특혜일 뿐, 與 몰염치해"
  • 등록 2015-08-26 오전 6:00:00

    수정 2015-08-26 오전 6:00:00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19대국회 들어 발의된 법률안이 1만6556건에 달한다. 이 중 8월 현재 처리된 법안은 5982건이다. 아직도 1만여건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있다. 대부분이 민생경제 법안이다. 법률안 중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우리 경제에 긴요한 법안을 골라 집중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혁의 역사는 외부 압박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SK(034730)가 대표적이다. SK가 지난 2003년 당시 헤지펀드 소버린의 공격에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지금도 적지 않다.

LG(003550)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LG가 2003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주회사로 바뀐 데에는 LG카드 사태가 자리했다. LG카드의 부실 탓에 채권단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았고, 결국 LG투자증권을 내놓은 것이다. LG는 그렇게 금융업을 마감했다. 다만 금융업을 정리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용이해졌고 지배구조는 더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하지 못한다.

최근 대기업집단 지배구조가 부각되는 것도 ‘엘리엇 사태’의 영향이 크다. 언제든 공격 당할 수 있는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대기업집단은 3~4세 승계 이슈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롯데가(家) ‘왕자의 난’도 그 연장선상이다. 거대 대기업집단이 곧 가업(家業)인 현실상 투명하고 튼튼한 지배구조는 우리사회 전체의 고민이다.

與, 중간금융지주회사 대안 제시…김상민 의원안 계류

그래서 주목 받는 게 중간금융지주회사다. 경제정책의 키를 쥔 정부·여당이 현재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의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내놓은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금산분리를 완화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는 인정하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출자 등을 막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대표적인 대기업집단인 삼성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 김상민 의원도 법안발의 때 삼성과 미래에셋을 가장 염두에 뒀다고 한다. 삼성 순환출자 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은 다음달 1일 출범할 통합 삼성물산(000830)이다. 삼성은 현재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상당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028260) 합병 전에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제일모직이 있었다. 제일모직을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으로 해 그 사이에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등의 출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합병 후에는 삼성물산이 큰 틀에서 삼성생명(032830)삼성전자(005930)를 지배하고 그 아래 각각 금융계열사들과 비금융계열사들이 자리하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6.5%로 최대주주다.

그렇다고 삼성이 법적 지주회사는 아니다. 현행법상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려면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 지분을 정리해야 해서다. 개정안은 이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삼성이 추후 지배구조를 손 볼 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는 다른 대기업집단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천명한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000400) 등 세 금융계열사 처리가 단연 화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 계열사 중 하나는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롯데가 금융업을 내려놓지 않고도 지주회사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금융업 처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재계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 등 강한 반대…“재벌 특혜일 뿐, 與 몰염치해”

다만 금산분리 원칙이 깨진다는 측면에서 비판도 상당하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주회사 체제의 대표적인 규제가 금산분리인데, 지주회사를 받아들이게 하려고 (중간금융지주회사제로) 재벌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면서 “재벌에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이를 대안으로 제시한데 대해서는 “몰염치하다”고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 “정기국회 때 논의 테이블에 올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대기업집단은 일단 유보적인 반응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돼도 삼성에게는 당장 바뀌는 게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걸로 안다”고 했다.

개정안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외에 금산복합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15%→5%)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김상민 의원 측은 “개정안 자체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의결권 제한이 반드시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경련 측은 이에 원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용어설명>중간금융지주회사

현행법상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분리 규정 때문이다. 다만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 현실상 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있어왔다. 이때 일반지주회사 아래서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중간금융지주회사다.

▶ 관련기사 ◀
☞ [경제법안탐구①]'예산전쟁'만 있고 '결산전쟁'은 없다
☞ [경제법안탐구②]진화하는 보험사기···먼지쌓인 '특별법'
☞ [경제법안탐구③]"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라"
☞ 메르스 잊었나… 여야 대립에 전문병원 설립안 낮잠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디올 그 자체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