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임종룡표 금융개혁의 한계

  • 등록 2015-10-19 오전 5:00:00

    수정 2015-10-19 오전 5:00:00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얼굴엔 요즘 웃음기가 사라졌다. 금융개혁의 야전사령관으로 취임한지 7개월.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평가는 극히 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금융 보신주의 타파를 외치며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계속 압박하고, 경제부총리는 국내 금융의 저생산성을 지적하며 지지부진한 개혁작업을 질타한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금융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개혁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이젠 집권 여당과 주도권 다툼까지 벌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난마처럼 얽힌 개혁의 과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시름은 점점 깊어진다.

“금융규제 개혁을 절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임종룡표(標) 금융개혁의 핵심은 역시 금융규제 타파다. 각종 업무영역 규제, 상품규제는 물론 법적 근거가 없는 구두지시나 가이드라인을 통한 그림자 규제까지 이젠 고질병이 된 규제 덩어리들을 일거에 혁파하는 작업이다. 적발·제재위주의 검사관행 개선, 컨설팅 형식으로의 전환, 금융사와의 소통을 위한 ‘핫라인’ 구축. 금융당국의 고압적인 검사관행에 대한 일대 혁신과제도 도마위에 올린다.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할 듯 하지만 불행히도 일선 현장에선 도무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확성기에서만 울려퍼지는 공허한 외침, 개혁은 이미 미로속을 헤메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일련의 개혁작업이 금융당국, 바로 공급자적 시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금융규제, 현장검사 모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금융소비자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리 현란한 미사여구로 치장한다고 해도 금융소비자들 눈으로 보면 ‘금융당국과 금융사,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문제’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며칠전 발표한 금융부문 경쟁력 지표를 통해 국내 금융은 또다시 희화화되고 있다. 물론 금융부문 경쟁력이 아프리카의 후진국 우간다보다 뒤쳐진다는 조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가별 경쟁력를 재는 척도로 삼기엔 평가항목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8개 항목중 정량 지표는 1개일 뿐 나머지 7개 지표가 자국 기업인들의 ‘주관적인’ 설문조사결과를 따른다. 곱씹어볼 대목은 여기에 있다. 금융부문의 수요자, 바로 국내 기업인들이 바라보는 금융부문이 그들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갤럽을 통해 실시한 금융신뢰지수 설문에서 금융정책의 적정성과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낙제점으로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외환위기 당시 폭풍우처럼 진행된 김대중정부의 구조개혁. 이후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금융부문의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무현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정부 초창기 창조금융…. 모두 현란한 구호를 통해 정권의 레테르에 맞는 금융혁신을 공언했다. 하지만 모두 변죽만 울린채 물거품처럼 사라진 건 금융부문의 혁신이 정치적 슬로건으로 형해화 (形骸化)될 뿐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선 체감할만한 정책처방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금융 소비자의 관점에서 금융개혁을 진행할 일이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며 경제성장의 토대. 경제성장과 국민편의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혁신의 불꽃을 지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토록 유도하고, 금융발전의 혜택을 소비자들이 최대한 공유할 있도록 제도적 틀을 설계하는 일. 금융개혁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모두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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