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87년 양김분열 되풀이하는 문재인·안철수의 과오

  • 등록 2016-04-02 오전 7:00:00

    수정 2016-04-02 오전 11:25:27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야권의 입장에서 87년 대선은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기나긴 군사정권을 마무리하고 문민정부를 열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대다수가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 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무려 10명 중 9명이 투표에 참여했을 정도입니다. 선관위 집계 공식 투표율은 무려 89.2%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바로 양김이 분열했기 때문입니다.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적 열망에도 불구하고 후보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고 나란히 대선에 독자출마했습니다. 결과는 혹독했습니다. 양김분열에 따른 어부지리 탓에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갈 줄 알았던 군사정권은 5년 더 연장됐습니다. 87년 대선승리를 고대했던 두 사람의 꿈은 각각 5년 뒤에, 10년 뒤에 이뤄졌습니다.

◇與, 이대로 가면 총선 압승…野, 연대없이 수도권 필패 확정적

4.13 총선을 불과 열하루 남겨둔 2일 현재 야권의 상황은 87년 정국과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손을 잡으면 승리가 눈앞인데 문재인·안철수 두 차기주자의 자존심 싸움 탓에 야권의 상황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의 총선압승은 거의 확정적으로 보입니다. 연초 불거졌던 180석 대망론, 최대 200석 확보 등 장밋빛 전망은 아니지만 아무리 못해도 과반 확보는 가능한 상황입니다. 변수는 플러스 알파를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 정도입니다.

새누리당 총선 압승의 근본 이유는 야권분열입니다. 뒤집으면 야권이 힘을 합치면 총선 승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역대 최악의 막장공천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 전체의석 12석 중 무려 6석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산에서도 이상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다른 야당보다 높습니다. 다만 야당 전체 지지율의 합은 새누리당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조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10%에서 15% 이상 앞서는 상황입니다.

야권 입장에서 보면 이번 총선은 17대 총선 탄핵역풍 정국만큼이나 유리한 환경입니다. 수도권은 5% 이내 격차로 피말리는 박빙승부가 연출되는 접전지가 수두룩합니다. 야권이 힘을 합치면 ‘겨우 승리가 가능한 곳’이 부지기수지만 분열하면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 너무 많습니다. 더구나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3개 중 절반에 육박하는 122석(서울 49·경기 60·인천 13석)입니다. 최대 승부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는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 후보자간 단일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전반적인 구도는 더민주의 일방적인 단일화 러브콜에 국민의당이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지겨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더민주의 경우 문재인, 김종인 등 누가 책임자인지도 불분명합니다. 특히 오는 4일 투표용지 인쇄 이후에는 설령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그 효과는 반감됩니다.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투표용지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총선후보들의 이름이 그대로 기재됩니다. 이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vs 안철수, 2017년 12월에도 두 사람이 있을까?

주말동안 야권 수뇌부의 극적합의가 없으면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사실상 무위로 돌아갑니다. 스케줄이 너무 촉박한 것은 물론 뒤늦게 된다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야권분열로 패배가 뻔히는 보이면 야권 지지층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낮은 투표율은 새누리당에 유리한 변수입니다. 18대 총선은 당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는데 투표율은 46.1%였습니다.

야권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과 4년 전인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역사상 가장 강고한 야권연대를 구축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강고한 야권연대에도 과반에 실패했다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은 언감생심입니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갈가리 찢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총선 결과는 모두가 우려하는 그대로입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4.13 총선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오른쪽 날개로만 나는 기형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본질은 문재인, 안철수의 대립구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87년의 상황과 너무나도 유사합니다.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야권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차기 대권을 거머쥘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은 분열이 아닌 연대였습니다. 김대중은 유신정권의 2인자였던 김종필과 파격적으로 손을 잡는 이른바 ‘DJP연대’를 선택했습니다. 노무현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특히 김대중은 87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실패에 대해 훗날 자서전을 통해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과연 두 사람이 김대중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회의적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지루한 자존심 싸움을 국민은 특히 야권 지지층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두 사람이 유력 차기주자로 떠오른 것은 2012년 대선 1년 전이었던 2011년 하반기였습니다. 차기 대선까지는 무려 1년 8개월 정도가 남았습니다. 내년 12월에도 두 사람이 야권의 유력한 차기주자일까요? 과연 국민은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들이 2016년 총선 정국을 ‘문(文)·안(安) 분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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