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흙 목욕'하는 닭…친환경 농장 가보니

자연방사형 산계농장 ‘유나네 자연숲농장’
살충제 대신 흙 목욕으로 진드기 박멸
평당 8마리, 활동공간 넓어 스트레스↓
“토양, 미생물, 풀이 계란 품질 결정”
  • 등록 2017-09-03 오전 7:00:00

    수정 2017-09-03 오전 10:55:19

자연방사형 산계농장인 ‘유나네 자연숲농장’ 농장주 김태현(55) 씨가 계사에서 닭을 안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흙과 그 속의 미생물 그리고 풀, 계란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그 어떠한 살충제나 항생제를 쓰지 않아요.”

1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유나네 자연숲농장, 농장주 김태현(55) 씨는 계사(鷄舍·닭장)에 들어가 갓 나온 계란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의 농장은 완전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가 원할 땐 난각코드를 따로 찍지 않는다. 식용잉크지만 잉크가 자칫 계란 기공을 통해 스며들 수 있어서다. 그만큼 친환경 계란에 대한 고집이 남달랐다.

유나네 자연숲농장 농장주 김태현(55) 씨가 계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DB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뛰지 말고 조심히 걸어 주세요.” 계사 내 닭은 자유분방했다. 있는 힘껏 땅을 파내고 구덩이에 들어가 몸을 이리저리 비비는 녀석(이른바 ‘흙 목욕’. 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 있는가 하면 날갯짓하며 홰(닭장 안에 가로지른 나무막대) 대에 오르거나 풀을 쪼아댔다. 사람이 들어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란 닭일수록 놀라지 않는단다.

유나네 자연숲농장 계사 내 닭이 흙 목욕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곳에서 키우는 닭은 3.3 ㎡(평당) 8마리. 밀집 사육형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 마리 수(80마리)의 10분의 1수준인데다 동물복지 인증기준인 평당 27마리보다도 적다. 그만큼 활동 공간이 넓다. 자연방사형 양계농장인 유나네 자연숲농장은 400여㎡(120여평) 규모 계사에서 1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하루 평균 1000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닭장에서 진동하는 특유의 구린내도 거의 없었다. 환기가 원활하도록 사방을 튼 정남향의 계사와 바닥재 그리고 사료에 비결이 숨어 있다. 바닥엔 토착미생물을 접종시킨 무농약 볏짚을 발효시켜 깔아주고 사료와 물에도 미생물을 섞어 먹인다. 사료에는 유산균 음료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들어간 일반사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유나네 자연숲농장 계사 내 미생물 발효기가 작동하고 있다. 이데일리DB
“계사 바닥에 발효시킨 볏짚을 깔면 흙 속의 미생물과 상호작용하게 되고 미생물이 진드기와 계분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살충제나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폐사율은 3% 정도다.

오전 11시30분. “닭은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라 공생관계로 봐야 합니다.” 김 씨의 ‘윤리축산’ 철학이 마음에 들어 일을 배우게 됐다는 남훈기(40·귀농 3년차) 씨는 닭장에서 밀 풀을 흩뿌리며 이렇게 말했다. 풀을 흩뿌리는 이유는 먹이를 한 곳에만 주면 약한 애들은 센 놈에 밀려 못 먹기 때문이란다.”

남훈기(40) 씨가 유나네 자연숲농장 계사에서 밀풀을 흩뿌리고 있다. 이데일리DB
오후 12시. 계란을 꺼내는 2차 집란 시간이다. 1차는 오전 9시30분, 마지막은 오후 3시30분 이렇게 총 3번을 집란한다. 산란상자 안을 열어보니 닭이 알을 낳고 있었다. 계란을 물로 씻어 내지 않았는데도 표면이 깨끗하다. 일반 계란은 계분 등 오염물이 묻어 있어 세척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계란 껍데기의 기공을 통해 잡균이 들어갈 수 있다. 김 씨는 계란에 오염물이 묻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생물을 섞은 사료에 있다고 설명했다.

“저기 지금 짝짓기를 하고 있네요.” 이 곳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유정란이다. 닭장에는 수탉 한 마리에 암탉 13마리 정도의 비율로 사육하고 있다. 암탉이 이보다 많으면 무정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꼬옥 꼭 꼭꼭꼭 꼭’하고 닭이 이상하게 울자 그는 “낯선 사람이 들어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닭장 밖으로 몸을 피했다.

유나네 자연숲농장 계사 내 수탉 주변에 암탉이 모여있다. 이데일리DB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은 1개 1000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도 없지만 일반란보다 두 세배 비싸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동물복지친환경 인증, 무항생제 인증이요? 그런 인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인증마크를 붙여 그런 계란과 같은 대우를 받기는 싫습니다. 대신 소비자들이 직접 저희 농장에 오셔서 감시자가 돼 주세요.”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의 경계가 분명하고 노른자가 단단할수록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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