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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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개헌안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직접 개헌안을 마련해 밀어붙인다면 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내더라도 국회 개헌특위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야권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개헌 논의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모든 이슈를 끌어당기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교체 뒤 어떻게든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야권에게는 또 다른 악재가 생기는 것이다. 여권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데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권을 강화하고 지방 분권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 1일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권력구조개편과 정부형태 등에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국회 개헌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폐해와 대통령 권한축소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각론에 있어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정부가 개헌안을 내면 된다”는 분위기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인 것은 맞지만 민의의 전당인 입법부에서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 통과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헌법 ‘제10장 헌법개정’ 조문에 따르면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이후 국회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299석 중 121석에 불과한 여당이 116석의 자유한국당을 설득해야만 하는 이유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미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음해 연말까지 바라보면서 개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국당이 대선이 끝나자 정략적으로 입장을 바꿨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홍 대표는 당시 한국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다음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헌특위에 전했었다.
여권 일부에서는 최대한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무리하게 추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이야 50% 이상 투표율이 나오지만 지방선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개헌 투표율이 50%가 안 돼 좌초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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