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박용만 "낡은 규제에 기업들 무력감 말로 다 못해"

'입법 허송세월, 정말 안타깝다"
"규제 개혁에 文정부 벌써 둔감"
  • 등록 2018-01-02 오전 6:00:00

    수정 2018-01-02 오전 6:00:00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22일 상의회관 20층 회장실에서 열린 기자단 신년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7년 가장 바빴던 경제계 인사였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 창구를 자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중국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을 꾸린 것도, 정부와 기업간 간담회 일정을 조율했던 것도 그였다. 현안이 있을 때면 국회를 찾아 경제계 입장을 호소한 인물도 박 회장밖에 없었다. 사회·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낸 박 회장을 ‘재계 리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그를 무술년 새해를 앞둔 지난달 22일 상의회관 20층 회장실에서 만났다. 이날도 박 회장은 빡빡한 일정을 치렀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와 상의 회장단의 오찬 간담회가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정도 지연돼서야 만날 수 있었던 것.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의 발언을 정리했더니, 200자 원고지로 160매가 넘었다.

국회 얘기 나오자, 4번이나 “안타깝다”

이날 박 회장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상당기간 ‘진통’을 예상했다. 그는 “여러 가지 노동· 조세정책 등을 보면, 국가운영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업들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운용에 들어가면 쉽지 않은 난관들이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논쟁의 수준을 넘어서 이해관계자들의 허들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해에 의한 충돌, 갈등이 상당부분 계속될 것 같아서 경제정책 운용에 어려움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이 ‘충돌’과 ‘갈등’을 언급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법인세 인상 등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초래하는 정부 정책이 한꺼번에 몰아치는데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영세 규모의 중소기업들의 경우 ‘생존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노동 이슈에 대해 답변하던 박 회장은 ‘입법부’ 얘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다”는 말만 네 차례나 내뱉었다. 그는 “(탄력적용·완급조절은) 결국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진짜 발 아플 정도로 많이 다녔는데도 우리의 호소에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허망하다”고 토로했다.

“낡은 규제, 이제 정말 없앨 때가 됐다”

차분하게 인터뷰에 임하던 박 회장은 ‘규제 개혁’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눈빛이 달라졌다. 박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동일한 얘기가 반복돼서 그런지 이제 둔감해진 것 같은데, 규제 문제는 정말로 심각한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낡은 규제들은 정말 이제 없앨 때가 됐다”면서 “정신력 갖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최소한 중국에선 가능한데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규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다 없애버리는, 그런 파격적인 생각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를 없앴다고 하지만 하나도 안 없어졌다”면서 “규제는 곱셈과 같아서 빵(0) 하나만 있어도 전체가 빵이다. 복합규제 속에 하나만 살아 있어도 전체가 다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면 눈앞이 깜깜한데, 기업들이 (규제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4차산업 영역으로 가면 중국이 우리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답답해했다.

“2년차 文정부, 이제 성적표로 검증”

정부의 ‘대기업 패싱(passing·배제)’ 질문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기업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어느 정부든지 2년차에 들어가면 성적표로 검증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 성적표라는 것이 결국 경제 성적”이라면서 “기업을 패싱하거나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일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홀대보다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굴욕 외교’ 논란을 부른 ‘중국 순방’ 얘기가 나왔을 때에는 “폄하가 이번엔 좀 너무 심했다”며,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박 회장은 “지난 1년간 중국과 교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본 경제적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수많은 기업인이 갔고, (중국이) 홀대했다면 그 홀대를 참아가면서 순방을 하고 온 것인데, 오히려 박수치고 환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박 회장은 2018년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는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경제훈풍이 계속되고, 우리나라도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만 △통상 마찰 △금리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우려되는 ‘대외 리스크’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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