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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꼭 일주일 앞 둔 지난 2일. 강릉역에서 만난 최문순 강원지사는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2011년 평창올림픽 유치부터 2018년 개최까지 오롯이 평창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그간의 노력을 시민들도 아는 듯 인사하고 악수하며 사진찍자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정성스레 대하는 최 지사옆에서 강원도청 실무자가 말한다. “100m 가는 것도 힘들어요.”
北 10년전부터 교류 지속…文대통령 홍보 ‘결정적’
궁금했다. 북한 참가를 성사시키기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최 지사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만날때마다 올림픽 참가를 요청했다. 작년 12월 중국 쿤밍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대회, 4월 강릉 아이스하키 여자세계 선수권대회, 작년 6월 무주 태권도 대회 등 북한 체육계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올림픽에 와달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두 달여 남긴 작년 12월 중국 쿤밍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폭탄주를 엄청 마셨다고 한다. 무장해제를 위해.
지성이면 감천일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폭탄주보다 최문순 지사의 지난 10여년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보수정부가 들어선 2008년이후에도 경기도 연천, 북한 평양, 중국 쿤닝 등에서 꾸준히 유소년 축구대회를 열며 남북한 교류의 명맥을 이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제홍보대사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개막식 전날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 등이 도마에 올랐다. 최 지사는 “20대들은 보수정권이 들어선 10년전부터 남북관계가 끊긴 상태만 보고 자랐다. (북핵문제 등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실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 스위스전이 첫 경기인데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북한의 열병식 결정에 대해서도 “안해줬으면 하지만, 북한과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이념체계도, 사고도 다르다”며 이해를 구했다. 최 지사는 이번 평창 올림픽이후 오는 4월 평양 만경대상 마라톤대회, 6월 평양 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6월 평양 축구대회에는 남북한 뿐 아니라 중국, 우즈베키스탄도 함께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에서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평창올림픽은 그 자체로 전세계에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스포츠, 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가 확대돼 결국 북미협상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올림픽 성패, 시설 사후활용 좌우…“노력중”
그는 평창올림픽 성공의 가늠자로 성적, 경제적 효과, 시설 사후활용 등 3가지를 꼽았다. 성적은 사상 최대인 금메달 8개, 종합 4위권이 목표다. 경제적 효과는 현대경제연구원이 향후 10년간 65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평창은 한국인들에게 겨울 스포츠로 인기있는 곳이지만 외국 관광객들에겐 그렇지 않다”며 “시설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거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올림픽 시설들의 사후활용이 성패의 핵심이다. 최 지사는 “정부와 마지막 협상을 하고 있다. 이번에 지은 스키점프대, 슬라이딩센터 등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시설”이라며 “아시안게임, 군인올림픽, 유니버시아드 등을 계속 유치해 활용하겠다”고 했다. 강원도는 국가가 일괄 관리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경우 나가노식(민간위탁관리방식)의 국가+강원도+민간이 공동 부담하고, 민간이 관리하는 방식을 차선으로 택할 계획이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이미 알펜시아로 큰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다. 하루 이자만 4700만원에 달하고, 부채는 1조원을 웃돈다. 이에 따라 알펜시아 매각을 추진중이지만, 해외 투자자들도 올림픽 이후 수익구조에 의구심을 표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최 지사는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세계 유수 언론의 올림픽 취재 경쟁이 높아지고, 남북단일팀 경기 입장권도 매진됐다”며 “알펜시아 매각 등 강원도의 현안들도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풀렸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