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70만 자영업자의 눈물, 누가 닦아줄까

  • 등록 2018-07-31 오전 5:30:00

    수정 2018-07-31 오전 5:3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30%로 미국(6~7%), 일본(12~14%)보다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도 16%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내 소규모 창업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진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문제로 자영업자들이 고통 받는 이유도 과포화 된 시장에서 찾았다. 김 위원장은 자영업 시장 접근에 대한 방향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시장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식 진단이다. 내면은 보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보고 판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70만 명에 육박한다. 전체 취업자 수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21.3%. 김 위원장이 언급한 수치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자영업자 중 자발적으로 창업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국내 전 산업군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상시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은 매년 희망퇴직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퇴직자가 많아질수록 은행의 순익 구조가 개선되고 주식 가치는 올라간다. 고임금 인력이 줄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불경기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실직자들을 포용해 줄 재취업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선업 퇴직자의 20%가량만이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실업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근무조건이 열악해지는 경우가 다수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40세 이상 중장년 재취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사무직 경력자의 30%가 경비직으로 재취업했다. 본인의 경력을 살린 경우는 절반에 불과했다.

이렇듯 한 번 실직 시장에 내몰리면 다시 재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를 지닌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기회가 있는 곳이 자영업 시장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산업 발달로 전문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뛰어들 수 있는 시장 환경을 갖춘 덕분에 실직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런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영업자가 많다고 이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녁을 벗어나 화살을 쏜 것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의 주장에는 570만 자영업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졌다. 단지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고 싶은 ‘놀부 심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570만 자영업자의 ‘눈물’은 현실이다. 그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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