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께 보내는 편지

대입은 안정성·예측가능성 중요...정책 일관성 있어야
교육에 진보 보수 없어 전문가·현장 목소리 경청하길
  • 등록 2018-09-04 오전 5:00:00

    수정 2018-09-04 오전 8:43:27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께.

후보자님! 요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십니까. 국회의원이 되신 뒤 줄곧 교육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오랜시간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고민해 온 분인 만큼 전문성 논란에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습니다.

후보자님을 둘러싼 전문성 논란에 “소통과 갈등 조정력이 중요하다”고 응수한 점은 적절해 보였습니다. 지금과 같이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첨예할 때는 전문성보다 정치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을 문제 삼고 있는 쪽의 의견도 이해는 갑니다. 단지 후보자님의 경험 부족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님이 2016년 11월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법안에는 급식조리원·교무보조원 등 약 14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더라도 일정 자격을 갖춘 교육공무직은 교사로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후보자님이 평소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과 청소노동자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현장을 찾아 중재에 나서기도 하셨죠.

하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내세운 슬로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이러한 가치를 전면 부정할 우려가 있습니다. 수년간 시험을 준비한 임용준비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후 후보자님이 내놓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발언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의 교육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비춰볼 때 필요한 원칙이라 생각됩니다.

교육부는 올해 초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을 전면 금지하려던 정책을 3주 만에 뒤집은 적이 있습니다. 사교육으로의 ‘풍선효과’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죠. 당시 교육부는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반발이 크면 발뺌”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후보자님의 발언에서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철저한 의견 수렴을 거쳐 현실과 괴리된 정책은 내놓지는 않겠다는 의지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다 혼란과 부작용을 만드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부가 최근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확정하면서 후보자님이 매듭지어야할 교육정책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후보자님이 ‘학생부교과전형 확대’를 소신으로 갖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만약 후보자님이 정시 확대방침을 뒤집는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대입정책은 안전성과 예측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초중고 교육이 대입에 영향을 받는 나라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미리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고교 1·2·3학년이 학년마다 다른 수능을 준비하는 일이 없도록 안정성에도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난마처럼 얽혀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입개편 과정에서 공론화 작업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미니 공론화’격인 정책숙려제로 민감한 교육정책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에만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과 학교폭력대책 개선방안을 정책숙려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후보자님이 장관으로 취임하신다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후보자님이 ‘전문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각자의 주장을 귀담아 듣고 진위를 직접 확인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는 어느 한쪽의 얘기만 듣고 판단하시기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듣고 주장의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자사고·특목고·일반고 등 어느 고교유형에 유리하느냐의 논란에서 교육부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대입개편 과정에서 수능파와 학종파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이유입니다.

후보자님! 앞으로 장관으로 취임하신다면 교육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시기 바랍니다. 또 현장의 교원·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들어 전문성을 보완하시고 정책 추진에서는 진정성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장관이 진보·보수 어느 한 쪽의 의견만 중시하지 않고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면 전문성 우려도 차차 불식될 것입니다. 초기의 논란을 잘 극복하시고 모쪼록 취임하신 뒤에는 ‘교육계의 신뢰를 얻은’ 장관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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