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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동은 얼핏 보기에 사자성어같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 족쇄로 손꼽히는 업계관행이다.공동생동은 제약사 수십곳이 개발비를 분담,공동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거쳐 복제약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사르탄 사태는 지난해 7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제지앙화하이파마슈티컬즈가 만든 발스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며 회수명령을 내린 뒤 세계적으로 불거졌다.발사르탄에 들어간 불순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로 사람 간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금까지 약품에 이 중국산 발암물질이 함유돼 리콜조치를 받은 국내 제약사는 76개사에 달한다.리콜된 관련 품목만 174개.반면 영국은 2개사(5개 품목),미국 3개사(10개),캐나다 6개사(21개)에 그쳤다. 국내 제약업계가 외국에 비해 저렴한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활용해 압도적으로 복제약을 대량생산,판매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이런 국내 품질낮은 복제약 난립의 주범으로 공동생동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연구개발을 공동생동 방식으로 하다보니 값싼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선호하게 돼 약의 품질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공동생동 제도는 지난 2000년 정부가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약값이 뛰어 오를 것을 우려해 전격도입했다.의약분업으로 대체조제할수 있는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복제약 품목수를 대폭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공동생동 제도를 도입한 것.
제약업계는 “공동생동 제도는 치열한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없이도 최소 자금만 있으면 손쉽게 제네릭 판권을 확보할수 있어 경쟁력없는 중소제약사들에게 사업을 연명할수 있는 길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제약 제조사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제약 유통업체에 가까운 중소제약사 300여개사가 난립하는 것도 공동생동이 빚은 결과물이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정부는 제네릭에 대한 약가를 오리지널 약 대비 평균 53.5%를 보전해주는 정책을 펴면서 공동생동에 대한 업계 참여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반면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정부지침이 없어 경쟁구도에 따라 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의 1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사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와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복제약을 제약사가 직접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다른 제약사에 위탁해 생동성시험을 거치더라도 판매를 승인해주고 있다. 1개 오리지널약이 특허만료되면 많게는 수백개 복제약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는 것도 공동생동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공동생동 허용 업체수를 원 제조사를 포함해 4곳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식약처에 해법으로 건의하기도 했다.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공동생동으로 인해 무더기로 복제약이 시장에 나오면서 과당경쟁 등으로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으로도 작용한다는 판단에서 업계의견을 수렴해 식약처에 이같은 건의를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 내부적으로도 공동생동에 대해 서로 입장이 판이해 식약처가 업체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혼자서 오리지널의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할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일부 대형업체들은 공동생동 개편안에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반면 독자적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한 대다수 중소 제약사는 공동생동 개선안을 꺼려하는 상황이다.자체 개량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로서 공동생동 참여기회가 사라지면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제네릭에 대한 판권도 확보할수 없어 회사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제약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제약사가 공동생동에 대한 규제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보니 업체간 조율을 거쳐 대안을 도출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고 귀띔했다.그러면서도 제약바이오협회의 중재안을 토대로 공동생동에 대한 참여업체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