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관의 워치독]증권가 지라시, 퍼뜨리는 ‘놈’ 작전하는 ‘놈’ 돈 챙기는 ‘놈’

재무상태·지배구조 취약한 소형주 타깃…가짜뉴스·거짓정보 등 흘려 ‘주가 조작’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10건 중 7건 코스닥 서 발생…시세 조종 다수 적발
진위 확인, 모바일 발달로 루머 확산 속도 못 쫓아…“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 등록 2019-03-17 오전 9:00:00

    수정 2019-03-17 오전 9: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12일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루머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3대 연예 기획사의 주가가 일제히 장중 하락했다. 이날 증권가에는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동영상이 있다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유포됐고 이에 기획사들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차바이오텍의 주가가 장중 요동을 쳤다. 이날 증권가 ‘지라시’에는 차바이오텍(085660)이 내부결산 시점에서 매출과 영업손익 등에 전년 대비 30% 이상 변동이 있으면 14일까지 공시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장폐지 위기를 암시한 이 내용은 주가 급락을 촉발했다. 차바이오텍은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감독기관과 수사기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전문방송 자칭 전문가들은 자신의 ‘의견’을 마치 사실인 양 주장한다. 주식투자 사이트에 날마다 ‘급등주 공개’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투자자를 현혹한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밴드 등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지라시의 진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소문은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투자의 정석인 양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영화 단골 이야기된 ‘증권가 지라시’

지난 2014년 개봉작인 김광식 감독의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사설 정보지인 지라시를 소재로 썼다. 지라시엔 정치·경제계와 연예계의 뒷이야기들이 주로 담긴다. 개인의 명예를 극히 훼손하는 내용도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개봉한 ‘작전’은 주식판 얘기가 적나라하다. 잡주를 처리하는 ‘설거지’ 전담자부터 백기사 역할을 하는 슈퍼개미, 작전 테마에 나서는 전문가까지 보여준다.

작전 세력들은 점찍어 놓은 회사의 대주주와 결탁하거나 아예 싼 값에 회사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주가 띄우기에 나선다.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여 거래량을 늘리고 언론이나 증권사 보고서, 지라시 등을 통해 호재를 알린다.

영화에서도 세력들은 증권전문방송에 출연하는 증권 전문가와 모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000원대였던 주가는 벤처기업 인수합병 소식에 4만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사설 정보지에 신기술 개발 소식을 담아 유포한다.

이처럼 증권가에서는 ‘수급(전주), 증권사 직원, 기자 세 명만 있으면 작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얼마든지 여론을 호도하고 개미를 유혹하는 작전 세력은 여전하다.

유형별 혐의통보 건수 추이(자료=한국거래소)
늘어나는 불공정 주식거래

고액의 유료 회원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B씨는 유동성이 낮거나 호재성 정보가 있는 종목 5개만 골라 매집한 뒤 SNS에 “큰 손 작업 중 강력 매수 추천”이라고 말해 다른 사람의 매수를 유인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B씨는 보유 물량을 매도해 6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B씨가 운영하는 주식카페의 회원수는 7000명에 달해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불공정 주식거래 적발 실제 사례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통보한 건수가 118건이라고 밝혔다. 혐의 건수 자체는 지난해(117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평균 혐의자 수는 지난해 18명에서 34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혐의유형을 보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건이 전년 대비 6건 늘어난 총 67건으로 전체의 56.8%를 차지했다. 반면 통정·가장매매 방식의 시세조종은 전년 대비 8건 줄어든 총 22건으로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

거래소는 “내부자 등 관여사건은 허위·과장 정보 유포와 함께 시세조종 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미공개정보 이용 등이 동시에 행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덩치가 작은 종목일수록 불공정거래의 타깃이 됐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통보건수가 89건으로 전체의 75.4%를 차지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은 26건으로 22%를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혐의통보사건의 75%(67종목)는 소형주에 해당했다. 유가증권시장도 소형주가 50%(13종목)을 차지했다. 코스피시장에서의 소형주는 시가총액 기준 301위 이하의 종목을, 코스닥시장에서의 소형주는 시가총액 기준 401위 이하의 종목을 이른다.

거래소는 “올해 4.3 재보궐 선거 등에 따른 정치테마주를 비롯해 수소차 관련주, 남북경협주, 의료용 대마 수입허용 관련주 등 각종 사회이슈에 따른 테마형성 및 불공정거래 증가가 예상된다”며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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