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兆 친환경 사옥까지 건설한 애플에 "나쁜기업" 지적 '왜'[플라스틱 넷제로]

英 환경감사위원회, 애플 지목 "일부기업 고의로 수리 어렵게 만들어"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재사고와 재디자인'
수리권 보장…"자원사용 줄이고 기업수익도 늘어"
  • 등록 2022-08-28 오전 9:00:00

    수정 2022-08-29 오후 3:31:49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전기전자제품 가운데 노트북은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다. 플라스틱을 비롯해 납, 수은, 크롬 등 중금속이 부품으로 들어 있으며, 수리비용도 높아 소비자로 하여금 새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악명 높은 기업이 ‘애플’이다.

영국 의회 환경감사위원회(Environmental Audit Committee)는 “일부 회사들은 고의로 그들의 물건을 수리하는 것을 어렵게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는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사도록 만든다”며 애플을 지목한 장문의 보고서를 2020년11월 발간한 바 있다.

아울러 애플은 범용 충전기 사용도 거부해 전자 폐기물이 쌓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2020년 기준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의 수는 250억~500억개로 이는 지구 인구의 3배 이상이다.

애플은 이에 대해 “100% 재생에너지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부품 전반에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친환경 경영전략을 위원회에 상세히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위원회의 리포트는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가디언지 성명을 통해 변론했다.

실제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 이후 탄소배출량을 총 40% 감축했으며, 최근 출시된 아이폰 13프로는 이전 세대 모델 대비 탄소 발자국을 11%, 맥북 프로16은 8% 줄였다. 아이폰 13의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량은 아이폰 6s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 약 50억달러(한화 약 6조3000억원)을 들여 지은 애플의 신사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지붕을 만들어 건물 전체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의 친환경 경영은 어째서 위원회 설득에 실패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인 애플 타워 내부 모습. 사진=AFP
영국 환경감사위원회는 수리기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은 애플의 노트북이 접착제와 납땜을 떼어내 수리하는데 매우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나아가 애플은 수리수수료도 매우 높게 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영국의 오랜 엔지니어링 역사에 역행하는 추세로 멈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친환경 경영 전략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고의적인 제품 수명 단축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위원회의 지적 이후로도 애플이 수리를 용이하게 디자인을 개선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는 친환경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도 서열(Hierarchy)이 존재한다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개념을 영국 의회가 적극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도 급이 있다…폐기물 서열 맨 상위는 ‘재디자인’

‘폐기물 계급(The Waste Hierarchy)’이란 환경에 좋은 관리방식에 순위를 매긴 것이다. 환경에 가장 영향을 덜 주는 것은 애초의 사용량 ‘감축(Reduce)’이고, 그 다음이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매립(Dispose) 순이다.

영국 왕립화학회는 여기에 ‘재사고(Rethink)와 재디자인(Redesign)’을 가장 상위에 추가했다. 이는 제품 초기 ‘생산자’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폐기물 발생의 주범이란 점에서 출발한다. 결국 기업이 에코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재사고 과정을 거쳐야 순환경제의 퍼즐이 비로소 맞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자기기 제조업체에 대해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보장을 촉구하는 주요국의 정책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9일 소비자들이 전자기기를 수리해 사용할 권리를 확보할 것을 촉구하고 애플과 같은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의 수리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해 영국도 수리할 권리 법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는 2020년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수리가능성 지수(1~10단계)를 표기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하지만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수리를 쉽게 하도록 하는 것은 이익과 직결되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는 반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통적인 경제원리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이 등장해 경영성과도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폐기물 계급(The Waste Hierarchy)/ 출처: 英의회 ‘전기전자 폐기물과 순환경제(Electronic Waste and the Circular Economy)’ 보고서
업그레이드 소비자 대상 제품 디자인 개발…충성도·수익성↑

세계적인 북유럽 가전 업체인 일렉트로룩스는 전자 제품이 사용기간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연구를 해왔다. 이를 통해 재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 등에 제품개발비의 3분의 1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제품 수명을 연장하는 제품 개발이 수익창출에도 도움이 되도록 판매·제조 시스템도 혁신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는 획일적 대상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하는 소비자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제품 모듈화를 도입했다. 제품 사용 중단을 희망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엔 제품을 회수해 재제조해 판매한다. 이는 제품을 튼튼하고 고장나지 않게 만들었다는 이미지를 주고 소비자와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충성도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는 ‘2021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기술개발(R&D) 및 디자인 팀이 ‘재활용성과 수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고 표방하고 있다.

BMW는 재제조된 순정 부품을 판매한다. 버려진 부품으로 부를 창출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제품의 사양을 충족시키는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 통과를 보장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명성도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제품 사용연장 사업모델은 수리 서비스 산업 규모 확대나 중고제품 회수 비즈니스 등 여타 하위 산업의 성장과 신사업의 탄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가 세계경제포럼(WEF)과 쓴 책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에서 저자는 “산출량을 늘리는 기존의 성장 전략은 제품이 아주 멀쩡한데도 ‘최신 모델’에 비해 낙후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하며 “중고부품을 회수해 재제조하면서 자원 사용은 90% 줄이고 총수익은 50% 증가시키는 기업이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제안한다.

출처: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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