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써!" 질타에 출근 안한 직원…대법원 "해고 당한것 맞다"

관리팀장과 말다툼한 직원 '부당 해고 당했다' 소송
1·2심 "해고 권한없는 관리팀장의 우발적 표현인듯"
대법원 "우발적 표현 아냐…대표이사 묵시적 승인"
  • 등록 2023-02-20 오전 6:00:06

    수정 2023-02-20 오전 6:00:06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관리팀장에게 “사표를 쓰라”는 질타를 받은 직원이 사직서 제출 등 정식적인 해고 절차 없이 출근하지 않더라도 해고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0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세버스 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전남 여수의 한 전세버스 업체 기사로 입사해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했다가 같은 해 2월 11일 무단으로 결행했다. 이에 회사 관리팀장은 A씨를 강하게 질타했고 A씨는 반발하면서 말다툼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관리팀장은 A씨에게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퇴근하라” “기사 바꾸라” “통장계좌번호 넣어 주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날 해고 시키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리팀장은 “응”이라고 답한 뒤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재차 반복했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A씨는 3개월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자신이 2월 11일자로 해고됐으며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노위는 회사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려워 정식 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중노위 판단에 불복하고 2020년 12월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 역시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보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리팀장은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A씨가 이러한 말을 들은 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따로 분명한 사직의사 표시를 한 적도 없어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관리팀장이 근로자를 해고할 권한이 불분명한 점 △A씨의 해고를 대표이사가 정식으로 승인한 적이 없는 점 △A씨가 이를 확인한 적이 없다는 점도 정식 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짚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며 기각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관리팀장이 A씨에게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은 A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단순한 우발적 표현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자신이 해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관리팀장의 요구에 따라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표를 쓰라’는 표현이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문제의 말다툼 이후 A씨가 3개월 넘게 출근하지 않아 회사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A씨에게 출근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이미 대표이사가 A씨의 해고를 묵시적으로 승인·추인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관리팀장이 A씨를 해고할 권한이 없더라도,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이같이 발언했다”며 “관리상무는 일반적으로 근로자 해고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발언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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