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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의 IPO(기업공개) 담당자의 얘기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겠다며 당국이 현미경 심사를 예고하며 상장을 준비해온 벤처기업과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불과 5개월 전 상장 문턱을 낮춘다던 당국이 갑자기 심사 강화로 방향을 틀면서다. 올해 IPO에 나서려던 기업 중 20여 곳 이상이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 중 45영업일이 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기업(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은 이날 기준 23개에 달한다.
특례상장은 기존 코스닥시장의 신규상장 조건을 완화해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면 수익성 등 다른 상장 요건이 부족해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가총액 1조8000억원에 이르렀던 파두의 3분기 매출이 3억원에 불과한 ‘파두 사태’ 이후 당국이 IPO 심사를 강화하고 나서자 시장에서는 당국의 이 같은 행보가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7월 상장특례 기준을 완화하고 기술기업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던 당국이 정책 방향을 바꾼데다가 기술을 내세운 기업을 살피며 수익과 매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김성현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력 있는 혁신 기술기업의 상장을 지원해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 스타트업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는 발판이 되는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기술 평가의 객관성, 전문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제도 활성화와 혁신 기술기업 조기발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